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42787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24-05-3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오색빛으로 | 히아신스 | 단 사과 | 겨울나기 | 흩날리는 눈발 | 봄비를 맞다 | 이 한생 | 마음 기차게 당긴 곳 | 야트막한 담장 | 사월 어느 날 | 불타는 은행나무 | 터키 에베소에서 만난 젊은이 | 시인 삶의 돌쩌귀 | 바가텔 5 | 몰운대 그 나무
2부
여드레 만에 | 참새의 죽음 | 나갈까 말까? | 어떤 9월 | 건성건성 | 옥상 텃밭 | 코로나 파편들 | 서달산 문답 | 외롭다? | 눈물 | 바닥을 향하여 | 삼세번 | 2022년 2월 24일(목) | 지문 | 해파랑길
3부
비바람 친 후 | 서울 소식 | 담쟁이넝쿨 | 백 나라 다녀온 후배 | 생각을 멈추다 | 조각달 | 속되게 즐기기 | 어떤 동짓날 | 슬픈 여우 | 까치 | 병원을 노래하다 | 호야꽃 | 그리움을 그리워 말게 | 그날 저녁
4부
홍천군 내면 펜션의 하룻밤 | 태안 큰 노을 | 꽃 울타리 | 해시계 | 흑갈색 점 하나 | 그 바다 | 혼불 | 혼불 2 | 묘비명 | 「나는 자연인이다」 | 길 잃은 새 | 한밤에 깨어 | 싸락눈 | 속이 빈 나무 | 뒤풀이 자리에서
산문 / 사당3동 별곡 · 황동규
해설 / 환한 깨달음을 향하여 · 장경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제 이 몸 나이테 꽉 차 터지기 시작한 나무,
살펴보니 잘 안 뵈는 속도 한참 비었다.
올빼미 한 쌍쯤 들어와
몸 절반 크기 얼굴 끄덕끄덕
말없이 주인들처럼 살았으면.
[…]
이리 왔다 저리 갔다 마음 다잡는 놈도 있고
벽을 콕콕 쪼아대는 녀석도 있다.
잡새들! 다시 보니
아, 세월에 밀려 내팽개쳐진 나의 잡생각들!
신문 읽다가 나도 모르게 부르르 떨던 놈까지.
잡생각이면 어때?
새든 생각이든 모질게 퍼붓는 비바람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가려주는 일,
살아 있는 자면 해줄 만한 일이 아닌가?
―「속이 빈 나무」 부분
곧은 금 굽은 금 가리지 않고
앞서 긋다 만 금부터 먼저
물결이 금들을 지우고 있다.
흔적도 없이.
나의 금도 이렇게 지워지리라.
긴장할 거 없다 몽상도 없다.
그어진 금 거두고 새 금 긋는 거다
―「2022년 2월 24일(목)」 부분
새 여권 신청하며 검색기에 엄지 올려놓고
아무리 눌러대도 금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마스크 벗어 들고 승강이 끝에 수속을 마친다.
찜찜하다.
손가락에 묻은 스탬프 액 물티슈로 지우며
생각을 헤치듯 구청을 나온다. 햇빛이 왈칵.
가만, 나도 모르게 세상 여기저기 찍어놓고 갈 물증을
지워버리고 살게 됐어.
홀가분하지.
느낌들을 가볍게 밀며 걷는다.
―「지문」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