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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천에는 똥이 많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이창동 (지은이)
문학과지성사
17,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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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천에는 똥이 많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녹천에는 똥이 많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4149
· 쪽수 : 388쪽
· 출판일 : 2025-06-18

책 소개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부문에 「전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창동은 4년 뒤인 1987년 첫 소설집 『소지』를 출간하며 1980년대 대표 작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소설가 이창동이 세상에 내놓은 소설집 두 권 『소지』와 『녹천에는 똥이 많다』가 40년 안팎의 시간을 거슬러, 나란히 2025년에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목차

진짜 사나이
용천뱅이
운명에 관하여
녹천에는 똥이 많다
하늘 등燈

초판 해설 | 진정한 가치를 향한 소설적 탐구_성민엽
개정판 해설 | 벌거벗은 생명의 생태학_김영찬
작가의 말

저자소개

이창동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사번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 부문에 「전리戰利」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소지』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이 있으며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1997년 「초록물고기」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후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시」 「버닝」 등의 영화를 발표했으며. 제40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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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정말이지 그것은 인간의 모습이라곤 할 수 없었다. 땅바닥에 드러누운 채 질질 끌려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땅을 기면서 리어카를 끌고 있는 한 마리 짐승의 모습을 연상시켜주었다. 이상한 것은 다른 노점상과 달리 그는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단지 눈을 부릅뜬 채 마치 무서운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수도자처럼 아무런 저항도 없이 끌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온몸으로 흐르는 전율을 느꼈다. 그는 지금 끌려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스스로 끌어가고 있었다. 온몸을 맨바닥에 던져 이 세상의 무게를 혼자 힘으로 떠밀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_「진짜 사나이」


“그래서, 그래서 말입니다. 이제 용천뱅이가 그만 되겠다는 말입니까. 용천뱅이의 삶을 벗어나겠다는 것이 그래 고작 간첩죄를 뒤집어쓰는 것이란 말입니까. 그것이 아버지의 지나간 삶을 구제할 단 한 가지의 길이라는 겁니까. 그렇지만 그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런다고 지금까지 살아온 아버지의 삶이 바뀌어집니까. 그것이야말로 아버지의 삶을 철저히 속이고자 하는 바보짓이 아니고 무엇이냔 말입니다. 그건 제가 생각하기엔 미친 짓에 불과합니다. 또 다른 용천뱅이가 되는 것이란 말입니다.”_「용천뱅이


아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민우 녀석의 말대로 집을 나가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나는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앞으로는 날 어떻게 대할까? 모든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민우는 어떻게 될까?
물론 민우 녀석은 이제 오랫동안 이 사회와 격리될 것이다. 하지만 생을 압류당한 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어찌 민우 녀석뿐이겠는가. 이 거대한 오욕의 세상, 이미 모든 순결함과 품위를 잃어버린 이곳에서 나 또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가자, 하고 그는 어둠 속을 바라보며 자신을 설득했다. 이 어마어마한 쓰레기의 퇴적층 위, 온갖 오물과 증오와 버려진 꿈 들을 발아래 두고 저 까마득한 허공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23평짜리 내 보금자리를 향해._「녹천에는 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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