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시나리오/시나리오작법
· ISBN : 9791197317927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경이로운 메타포의 불꽃 _김연수
[작가의 말]
영화를 찾는 고요한 마음 _오정미
낯선 세계에 필요한 새로운 이야기 _이창동
[오리지널 시나리오]
버닝Burning
[작가 대담]
삶의 의미를 구하는 춤 _오정미, 이창동
[현장 스틸]
계획된 우연성과 준비된 즉흥성이 만날 때
[평론, 인터뷰]
메타포의 그물로 건져 올린 상실의 시대 _송경원
[에세이]
“아버지, 내가 불타는 것이 안 보이시나요?” _김홍중
[대담]
낯선 영화적 경험 _앙투안 코폴라, 이창동
[부록]
시놉시스
트리트먼트
리뷰
책속에서
메타포가 의미 또는 관념이라면, 영화의 낡은 비닐하우스는 의미와 관념을 넘어선 이미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죠. 뭔가 형체를 가지고 있지만 투명하고, 그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아무 쓸모도 없는 그 무엇. 의미와 관념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주 영화적이지요. 비닐하우스 말고도 우리 영화에는 의미와 관념을 넘어선 것들이 곳곳에 있어요. 판토마임도 그렇고, 고양이도 그렇고, 물론 벤도 그렇지요. 과연 벤은 누구일까? 고양이는 실제로 있었을까? 해미의 우물 이야기는 진실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등등. 문자와 달리 영화 매체는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그 이미지라는 것은 그저 빛줄기가 스크린에 만들어낸 환영에 불과한 것이잖아요.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그것을 관객은 자기 나름의 의미와 관념을 부여하면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받아들이지요.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영화 매체 자체에 대한 미스터리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_이창동, “작가 대담: 삶의 의미를 구하는 춤” 중에서
영화 자체의 미스터리는 곧 우리 삶의 미스터리를 반영하는 것 같아요. 인간은 자기 앞에 무의미해 보이는 이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끊임없이 묻지만, 세계는 언제나 미스터리로 남아 있을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인간은 삶의 의미를 구하는 걸 포기하지 않아요. 영화 속에서 해미가 ‘그레이트 헝거’의 춤을 추었던 것처럼요. 저는 취재할 때 책에서 읽었던 부시맨의 말을 아직도 종종 생각해요. 영화 속에 넣고 싶은 대사였지만 넣을 곳이 없었죠. “이 세상 모든 동물과 사물이 그레이트 헝거다. 저 밤하늘에 별들이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자신들의 빛이 언젠가 희미해지며 사라져버릴 것을 알기에 그레이트 헝거의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른 아침 풀잎에 맺혀 있는 물방울은 그 별들의 눈물이다.” 인류의 조상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맨들은 밤새 춤을 추면서 삶의 의미를 구했죠. 물론 누군가 밤새 춤을 춘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춤을 춘다는 데에서 어떤 희망 같은 게 느껴지죠. 영화를 만든다는 것도 ‘그레이트 헝거’의 춤을 추는 것과 같은 일 아닐까요? _오정미, “작가 대담: 삶의 의미를 구하는 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