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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4132
· 쪽수 : 460쪽
· 출판일 : 2025-06-18
책 소개
목차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
불과 먼지
친기親忌
소지燒紙
끈
눈 오는 날
춤
빈집
슈퍼스타를 위하여
꿈꾸는 짐승
전리戰利
초판 해설 | 전통적 삶을 싸안는 성숙한 인식_진형준
2판 해설 | ‘나쁜 피’의 불안과 고통의 뿌리_우찬제
3판 해설 | 끊지 못한 끈_김형중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더 올라래이. 높이높이 올라래이. 그녀는 문득 자신이 그렇게 되뇌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에서 당제堂祭를 할 때는 이렇게 종이를 태워 올렸다. 죽은 혼백의 명복을 빌기도 하고 소원을 빌기도 했는데, 종이가 잘 살라져서 높이 올라갈수록 좋다고 했다. 헛거를 보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형님이요. 언제까지 자식을 속이고 자기 자신까지 속이며 살라능고. 시누이의 목소리가 귓전을 두들겼다. 갑자기 그녀는 오랜 세월 두 눈을 덮씌우고 있던 비늘이 떨어져나간 것 같았다. 그래, 인자는 모든 거를 털어놓아야 될 끼다, 성국이도 성호도 앉혀놓고 저그들 아부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끼다. 더 이상 숨기고만 있을 수도, 속여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곰곰 다지고 있었다. _「소지」
우짤 끼고. 태를 끊기는 끊어야겠는데, 깜깜한 데 아무리 더듬어봐도 손에 잡히는 거는 없고. 아이고, 그놈의 줄이 우짜문 그렇기 질기던고. 어데 내 정신이 있었더나. 그저 이 줄을 끊어야만 한다, 이 줄을 끊어줘야만 한다…… 그저 그 일념배끼 없었능 기라.
아아, 어머니는 도대체 어디 계시는 것일까. 30여 년 전 몹시도 춥던 어느 겨울날, 이 세상에 한 생명을 내보내기 위해 당신 혼자 힘으로 몸을 풀던 밤처럼, 지금도 어느 무섭고 고통스러운 어둠 속에서 그 목숨만큼이나 질긴 끈을 끊으려 애쓰고 계시는 걸까. 나는 마음속으로 부르짖고 있었다. 맞아요, 어머니. 그 줄을 끊으세요. 어머니와 절 잇고 있는 그 피비린내 나는 줄을 끊어버리세요, 어머니._「끈」
그것이 무엇이었을까. 상철은 어둠 속에 누워 생각했다. 무엇이 그녀를 어두운 방 안에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미친 듯이 춤추도록 했을까. 하루하루를 싸움하듯 살아가는 여자, 열 평 전세 아파트를 탈출하고 오로지 내 집 마련이 소원인 여자, 일당 5천 원의 파출부도 마다 않는, 한 달 곗돈 15만 원에 매달리는 여자, 입술연지 한번 바르길 인색해하는, 작고 고집스러운 여자, 어둠 속에서 풍선 불 듯 피임 기구에 직접 바람을 불며 확인하는 여자. 그런데 무엇이 마법의 주문처럼 두껍고 강고한 짓장을 풀고 그 여자의 내면 깊은 곳에 갇혀 있는 자를 풀어주었을까._「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