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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32321004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20-12-15
책 소개
목차
어디에도 없는 아이
작가의 말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여기 좀 앉아도 될까요?” 모르는 사람이 물어왔다. 수줍어 보이는 깔끔한 외모에 미국식 영어를 쓰는, 40대쯤 되는 남자였다. 물기가 흐르는 파카를 걸치고 샛노란 스니커즈를 신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끽끽 소리가 나는 걸 보니 새 신발인 듯 했다. 남자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자리에 앉더니 말했다. “킴벌리 리미 씨, 맞죠?”
노샘프턴 전문대의 쉬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저녁에 사진을 가르쳤다. 평소 구내식당은 학생들로 북적였지만, 오늘은 텅 비어 종말이라도 온 듯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아빠 얼굴이 창백하게 굳는 걸 보고 말문이 막혔다. 아빠는 냅킨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어찌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손등이 하얗게 변할 정도였다. 그때 불쾌한 깨달음이 밀려왔다. 아빠는 알고 있다.
아빠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오래전일 수도, 얼마 전일 수도 있지만, 아빠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기를 기다려왔다. 엄마는 아빠에게 이야기했다. 아빠에게는 말했지만 내게는 말해주지 않았다.
“너 내가 과거를 떠올릴 때 뭐가 보이는지 아니?” 아빠가 말했다. “깊고 넓은 바다야. 기억들은 물고기지. 얕은 곳을 걸어 다닐 땐 원하면 물고기를 집어 들어서 볼 수 있어. 두 손으로 기억을 붙잡고 들여다본 다음 다시 물에 던져 떠나보낼 수 있지.”
아빠가 화장실 벽을 멍하니 응시했다. 얼굴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하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물도 캄캄해지는 거야. 곧 내 발이 안 보이기 시작하지. 물고기도 안 보여. 물고기가 다리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건 느껴지지. 물고기들은 저기 어딘가에, 깊은 물속에 있어. 걔네는… 상어야, 키미. 상어고 괴물이야. 가만히 내버려둬야 해. 내 말 무슨 뜻인지 이해하니?”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균형 감각이 돌아왔음에 안도했다. 아빠의 긴 다리를 넘어 화장실 바닥에 아빠를 두고 나왔다. 등 뒤로 문을 닫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추운 어둠 속으로 향했다.
바다로 가자고, 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