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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322711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23-02-10
책 소개
목차
버마의 나날
해설
조지 오웰 연보
책속에서
“허튼소리 말아, 허튼소리.” 우 포 카인이 쾌활하게 말했다. “증거 따위에 신경 쓰는 유럽인은 아무도 없어. 그 사람의 얼굴이 검다면 의심이 곧 증거야. 투서 몇 통이면 기적 같은 효과가 날 걸세. 집요하기만 하면 돼. 고발하고, 또 고발하고, 계속 고발하는 거지.”
“선동이라고요? 선동은, 내가 무슨. 아니, 내가 우리 영국인들이 여기서 쫓겨나기를 바라겠어요? 천만의 말씀! 나도 돈을 벌려고 여기 와 있는걸요. 백인의 무거운 짐 따위 같은 헛소리가 질색일 뿐이죠. 그놈의 훌륭한 신사 행세. 따분해요 따분해. 가끔씩이라도 위선의 가면을 벗으면 클럽의 저 멍청이들도 참을 만할 텐데 말이죠.”
“위선의 가면이라뇨?”
“그야 물론 검은 피부를 가진 버마의 불쌍한 형제들을 약탈하려는 게 아니라 생활을 향상시켜주려고 우리가 여기에 와 있다는 위선이죠. 어쩔 수 없는 위선이긴 하죠. 하지만 그게 우리를 타락시키고 있어요. 그게 어떤 건지 원장님은 상상도 못할 겁니다.
그는 스물일곱 살 생일을 병원에서 맞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진흙 종기라는, 끔찍한 종기가 난 것이다. 위스키와 안 좋은 음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종기가 남긴 작은 자국들은 2년쯤 지나서야 없어졌다. 그 일로 그는 부쩍 나이 들어 보였고, 기분도 그런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청춘기가 지나간 것이다. 동양의 나라에서 보낸 8년, 열병과 외로운 생활, 간헐적인 음주가 흔적을 남긴 것이다.
그 후로는 해가 거듭될수록 외로움과 가슴속 응어리만 커졌다. 주변의 제국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쓰라린 증오심이 나날이 커감에 따라 모든 생각이 증오심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생활에 독이 되었다. 플로리는 지력의 발달과 함께 영국과 대영제국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