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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ISBN : 9788932323183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3-08-23
책 소개
목차
추천사 • 임상 심리학 박사 윌 맨디
읽기 전 알아두기
여는 글
1장. 따라 해야 살아남는다
• 살아남기 위한 어울림
• 본 대로 배운다
• 카멜레온
• 모방과 자폐인의 위장
2장. 위장을 하게 만드는 것들
• 위장이란 무엇인가?
• 자폐인들은 왜 위장할까?
• 위장의 영향
3장. 혹시 당신도 위장 중?
• 자폐 특성 위장 설문
• 언제, 왜 위장하는가?
• 활동하기
4장. 나 자신에게 공감하기
• 생각의 힘
• 고통 감내력
• 마음챙김과 심상
• 더 큰 그림 그려보기
5장. 가면을 벗고 행복을 찾아서
• 기억 저편에 있던 행복 끄집어내기
• 가면 벗어 던지기 실험
• 자아 다시 쌓아 올리기
6장. 끝맺으며
감사의 말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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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엄마와 함께 마침내 자폐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나는 스물세 살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엄마에게 왜 내가 자폐라는 사실을 더 일찍 눈치채지 못했냐고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 아빠하고 나는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 우리 눈에는 그저 예쁜 딸이었는걸.” 그러나 어린 시절에 보인 이상한 구석을 적어보니 앞뒤로 빼곡히 네 장이나 됐다. 엄마는 나를 진단해 줄 정신과 의사에게 딱히 말할 게 없을까 봐 걱정했지만, 기억하는 게 엄청나게 많았다. 나는 엄마가 내 행동을 ‘장애’로 여긴 적이 없다는 사실에 정말 기뻤다. ‘사회적인 나’는 친구들과 선생님의 사랑을 받았지만, 슬프게도 진짜 내 모습을 조금은 접어둬야 했다. 자폐를 감추지 않았다면, 나를 보고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힘이 돼주고 나를 더 너그럽게 봐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스로 ‘정상’이라고 느껴본 적이 전혀 없던 터라 친구, 가족은 물론이고 텔레비전과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봤고, 조금씩 내 행동을 바꿔나가며 그들을 따라 했다. 잠시 딴 데로 시선을 돌릴 수 있을 때까지 혼자 초를 세면서 두 눈에 쏟아지는 상대의 강렬한 시선을 견디며 눈을 맞추는 법을 익혔다. 말에 높낮이를 더하고 그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제스처도 배웠다. 쓸 만한 문구 몇 개, 대화거리, 적절한 반응까지 알아뒀다. 지금껏 내 관심사는 온통 사람이었다. 별, 행성, 우주의 탄생과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몰두하는 천문학자처럼 남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절로 눈길이 갔던 것이다.
자폐인과 자폐 전문가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위장 특성이 알려져 있었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논문은 몇 없었다. 그러던 중 2017년에 처음으로 위장의 핵심 요소를 밝힌 합동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목적은 성인 자폐인 92명을 대상으로 위장 경험에 관해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응답을 보고 핵심 특성을 밝히는 것이었다. 세 가지가 두드러졌다. 첫째, 남과 어울리고 통했으면 해서 위장하려는 동기. 둘째, 자폐 특성을 감추고 장애를 보상하는 등 비자폐인처럼 보이기 위한 전략 사용. 셋째, (나중에 자세히 살펴볼) 자기 정체성 소진과 위협 등 장단기적인 결과였다. 이 연구를 통해 간단하게 신뢰성 높은 위장 특성 측정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자폐 특성 위장 설문(CAT-Q)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