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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32323244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4-01-25
책 소개
목차
2. 이전
3. 목걸이
4. 콤 케리 홀
5. 이후
용어 사전
리뷰
책속에서
방문자가 점령한 집에 진입할 때는 일단 잽싸게 들어가는 게 상책이다. 이는 당신이 가장 먼저 배우는 규칙 중 하나다. 망설이지도, 문간에서 뭉그적거리지도 말라. 왜냐고? 그 짧은 몇 초 동안은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신선한 공기를 등지고 문간에 가만히 서서 눈앞의 어둠을 마주하고도 뒤돌아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면 그게 오히려 어딘가 모자란 사람이니까. 게다가 그 존재를 알아채는 순간, 당신의 의지력은 신발 앞코로 몽땅 빠져나가고 가슴에 징글징글한 공포가 쌓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둥, 그걸로 끝이다. 시작도 해보기 전에 굴복하고 마는 것이다. 록우드와 나 역시 이를 잘 알았고, 그래서 꾸물대지 않았다. 우리는 곧장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문을 부드럽게 닫았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좀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오, 록우드, 제발 이리로 좀 와줄래….”
그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층계참을 거슬러왔다. “잠깐만, 루스. 내가 뭘 좀 찾아낸 것 같거든….”
“아유 좋아라! 나도 그렇거든….”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소녀는 더 가까워져 있었다. 이제 층계참으로 나오려는 중이었다. 얼굴은 여전히 그림자에 잠겼지만, 몸을 감싸고 회전하는 다른빛의 줄기들은 전보다 밝았다. 그녀의 앙상한 두 손목이 몸통에 딱 붙어 있고 손가락은 낚싯바늘처럼 갈퀴졌다. 맨살을 드러낸 다리가 몹시도 가늘었다.
“원하는 게 뭐야?” 내가 물었다.
“고요한 마지막이긴 했네요, 어쨌든.” 내가 말했다.
“그리 생각하나? 추락하는 내내 비명을 지르고 팔을 퍼덕였다는데.”
짧은 정적이 이어졌다. 바람이 호수의 차가운 수면을 흐트러트렸다. 조지가 목을 가다듬었다. “뭐… 근사한 장미 정원이네요.”
“그렇지…. 그녀의 몸뚱이가 떨어진 자리에 만들었어.”
“쾌적한 호수….”
“존 케리 경이 비명횡사한 곳이지. 어느 밤엔가 수영을 하러 갔다가. 호수 가운데까지 헤엄쳤다 돌덩이처럼 가라앉았다지. 죄 많은 기억들에 짓눌려서.”
록우드가 관목과 울타리로 둘러싸인 조그만 오두막을 급히 가리켰다. “저 집은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