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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32323275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24-05-30
책 소개
목차
2. 일링 인육 사건
3. 분실물 회수
4. 저주받은 마을
5. 쇠사슬
6. 뜻밖의 손님
용어 사전
리뷰
책속에서
나는 고개를 돌리고 모두에게 활짝 웃어 보였다….
그 순간 그들의 거울 속이 보였다.
거기 내 파리한 얼굴이 있었다. 거울 셋에 하나씩. 그리고 그 바로 뒤에 다른 얼굴이 있었다. 살갗이 뼈에서 녹아내리는 얼굴이. 파리한 머리칼이 구름 같았다. 한껏 드러낸 이빨이 작고 붉은 게 꼭 석류씨 같았다. 검고 번뜩이는 눈이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남은 찰나의 순간에 내 목을 향하는 갈퀴진 손가락 다섯 개가 보였다.
“잠든 줄 알았는데.” 내가 말했다.
“잠들어? 내가? 난 죽은 몸이야. 잊지 말라고.”
“아님 저승으로 돌아갔든 뭐든 네 할 일을 하는 줄 알았지.”
“아니. 그냥 단지에 갇혀 있는 중이야. 잘못한 거 하나 없이. 자고 있었던 것도 아냐. 난 잠을 안 자거든. 내가 절대로 안 하는 여러 가지 중 하나지. 가령 난 콧구멍을 안 파. 꿈꾸면서 한숨을 쉬지도, 아침 운동으로 팔 벌려 뛰기를 하며 방귀를 뀌지도 않는다고, 루시. 그런 게 한둘이 아냐.”
나는 배낭을 향해 인상을 썼다. “그런 건 나도 안 하거든요.”
“안 하긴 개뿔. 우린 코딱지만 한 단칸방에 같이 살거든요.”
“내 곁에 있어줬으면 싶은 사람은 너밖에 없어.”
이상하다. 이따금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은. 당신은 구체적인 생각과 논리로 마음을 정해놓고도 순간 어수선한 감각들에 끌려 그 결심을 바꾼다. 나는 시종일관 그에게 거절할 준비가 돼 있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사과의 말을 하고 작별 인사를 건네려 입을 여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지들이 스쳐갔다. 누가 내 눈앞에다 플레잉 카드라도 휙휙 날리듯. 록우드와 조지와 포틀랜드 로가 보였다. 내가 떠나온 집과 삶이 보였다. 피츠 소각장이, 런던을 고독히 걷던 순간들이 보였다. 불운한 로트웰 팀이 보였다. 그중에서도 파나비, 부루퉁하고 거만하고 무정하게 내게서 등을 돌리는 그가 보였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진짜 동료들과 다시 일하면 근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