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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32323268
· 쪽수 : 420쪽
책 소개
목차
2. 화이트채플의 밤들
3. 피 묻은 발자국
4. 불안
5. 악의
6. 어둠 속 얼굴
용어 사전
리뷰
책속에서
“아침에 우릴 쓰레질하겠다던 에번스 말이 어딘가 불쾌해.” 꼭대기 층계참이 가까워 오는데 조지가 속삭였다. “우리가 죽고 남는 것조차 얼마 없으리란 얘기 같았거든. 물론 과장이겠지만.”
록우드가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지만도 않아. 유령한테 기운을 너무 뺏기면 시신이 종잇장처럼 바싹 마르기도 해. 빈 껍질마냥. 경찰이 실종자들의 유해를 못 찾은 것도 그래서일지 몰라. 에번스가 아래층 벽난로에서 태웠을 거야. 차곡차곡 개서 침대 밑 상자에 넣었든가. 옷장에 얌전히 걸어뒀을지도. 특이하고 여드름이 도톨도톨한 정장 컬렉션처럼. 지어낸 얘기가 아냐. 실제로 있는 일이라고.”
“고맙다, 록우드.” 잠시 말을 잃었던 조지가 대꾸했다. “아주 기분 좋아지는 얘길 해줘서.”
ㅊ. 눈물로 축축했다. 놈의 뒤쪽 바닥에 피 묻은 발자국이 나타났다. 나는 화염탄을 잡으려 했지만 추위와 공황으로 손가락에 감각이 없었다. 산탄통을 뜯을 수가 없었다. 유령이 달려들었다.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허공을 껴안듯 팔을 저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난간 너머로 몸을 던졌다. 붕 날아 아찔한 높이에서 추락하려는 순간 나무를 붙들고 몸을 비틀어 두 손으로 매달리는데 형상이 다가왔다. 몸을 길게 늘여 날 굽어봤다. 기다란 팔을 활짝 벌린 채. 두 눈은 휑뎅그렁하고, 벌어진 입술은 역겹고 얼빠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누군가가 계단을 달려 올라오는 중이었다. 유령의 갈퀴진 손가락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내 재킷에 핏방울이 튀며 김이 쉭쉭 피어올랐다. 유령이 더 가까이 몸을 숙였다. 어마어마한 무게가 나를 짓눌러 허공으로 넘어트리려 했다….
“우웨에엑….” 해골이었다. 내 귓가에서 놈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메아리쳤다. “메스껍기 그지없네. 미안한데, 나 여기서 조용히 구역질 좀 하고 있을게.”
나는 다른 사람들의 머리 너머로 놈을 쏘아봤다. 홀리 먼로가 버티고 있는 한 해골은 다른 놈들과 마찬가지로 단지에 갇힌 유령일 뿐이었다. 나는 놈에게 대꾸할 수 없었다. 모욕적인 몸짓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노려보는 게 끝이었다. 하지만 어느 해골이건 노려보기로 타격을 입히기는 힘든 법이다.
“그 꽁냥꽁냥은 다 뭐야, 루시?” 놈이 속삭였다. “당장 커피 테이블을 넘어가서 네 잔에 든 걸 먼로의 블라우스에다 부어도 모자랄 판에. 그 여잘 봐. 사랑스럽고 새침한 완벽녀가 주인공 노릇을 하고 있잖아. 네가 이걸 그냥 넘어가선 안 되지. 어서, 한 방 먹여! 정강이를 걷어차! 신발을 뺏어서 난롯불에 처넣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