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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32323282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24-07-30
책 소개
목차
2. 무정한 미인
3. 거리의 시신
4. 포틀랜드 로 공성전
5. 피츠 하우스
6. 시작
용어 사전
리뷰
책속에서
“조련?” 오직 내게만 들리는 목소리가 분통을 터트렸다. “조려언?! 나 좀 여기서 꺼내줘 봐. 저 덜떨어진 멸치 자식한테 내가 얼마나 조련됐는지 보여줄 테니!”
나는 발뒤꿈치에 엉덩이를 얹고 앉아 눈에 흘러내린 머리칼을 치웠다. “해골한테 조련 얘긴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아요, 킵스.” 내가 말했다. “놈이 싫어한다고요.”
단지 속 얼굴이 톱니 같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루시, 저 눈 튀어나온 멍청이한테 말해. 내가 이 감옥에서 나가는 날엔 네놈 뼈에서 살을 깔끔히 발라 먹고 남은 거죽으론 덩실덩실 춤춰주겠다고. 방금 내 얘기 그대로 전해.”
“기분 나쁘대?” 킵스가 물었다. “못생긴 주둥이가 막 움직이는데.”
톡, 톡, 톡톡 톡….
“그래요, 퀼.” 내가 말했다. “이제 그것 좀 그만해도 될 거 같아요.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거든요.”
“난 아까 그만뒀어.” 킵스가 말했다. “지금 초콜릿 먹는 중이야. 너랑 똑같이.”
모두가 우리 옆 받침돌에 기대선 킵스를 쳐다봤다. 그가 확인의 의미로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됐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봤다. 일제히 꿀꺽 초콜릿을 삼켰다. 그런 다음 우리 뒤를 봤다.
구겨진 수의 아래서 튀어나온 뭔가가 관 옆을 때리며 톡톡 소리를 내고 있었다. 동그랗게 모아 쥔 밀랍 손이 경련하듯 씰룩이고 홱홱 꺾였다. 우리 눈앞에서 그 발작적인 움직임이 팔을 따라 올라가더니 불현듯 밀랍 모형 전체가 떨기 시작했다. 무덤에서 가닥가닥 피어오르는 유령안개*에 저항이라도 하듯.
“나랑….” 부드러운 목소리가 말했다. “나랑 같이 가.”
마치 그녀가 내 가장 깊은 슬픔, 내가 세상에 내놓지 않는 일부를 곧장 건드리는 듯했다. 내 언니들을 떠올리며 경험한 저릿한 고통, 빈 무덤가에 앉은 록우드를 보며 느낀 불안. 그런 근심들을 그녀는 어루만져 없애줄 수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내 공포를 들려주고 싶은 압도적인 충동을 느꼈다. 기꺼이 마음을 열었다. 쏟아지는 그녀의 연민을 받아 안았다.
“그 문제들은 잊어.” 목소리가 말했다. “잊어버려. 그리고 나랑 같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