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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2](/img_thumb2/9788932323824.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2323824
· 쪽수 : 265쪽
· 출판일 : 2024-08-05
책 소개
목차
1. 장미와 함께 잠들다 - 몽파르나스 묘지
푸른 문의 종소리
인생의 일요일 -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 합장묘
인공 낙원의 요람 - 샤를 보들레르
파리의 이방인 - 사뮈엘 베케트
살아서도 죽어서도 영원히 함께 - 수전 손택과 사뮈엘 베케트의 생사 전후, 영원의 장면들
쉼 없는 말들은 장미꽃 아래로 - 외젠 이오네스코
황금 장미를 보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
종소리 푸르게 울려 퍼지고 - 몽파르나스 묘지에서 나서다
2. 펜으로 바꾼 세상, 세기의 전설 - 팡테옹
세기의 전설, 팡테옹에 이르다 - 빅토르 위고
오직 펜으로, 세상을 바꾸다 - 에밀 졸라
3. 붉은 장미 가슴에 묻고 - 몽마르트르 묘지
파리의 하늘 밑, 한여름 낮의 꿈 - 몽마르트르 묘지를 향하여
붉은 장미 가슴에 품고 - 마르셀린 데보르드 발모르
검은 양의 자서전 - 프랑수아 트뤼포
붉거나 검거나, 장미의 진실 – 스탕달
4. 돌에 새긴 이름, 영원의 노래 - 페르 라셰즈 묘지
생의 다른 언덕 - 페르 라셰즈 묘지를 향하여
광기, 그래도 사랑이라는 - 오노레 드 발자크
시간의 향기, 백장미 쪽으로 - 마르셀 프루스트
공간 기록자의 벽에 깃든 생(生) - 조르주 페렉
언덕 위의 두 시인 - 짐 모리슨, 폴 엘뤼아르
그들은 왜, 거기에 - 페르 라셰즈에서 한국 소설을 만나다
불타버린 사랑, 불후의 노래 - 에디트 피아프
5. 정오의 태양 아래 깃드는 고독 -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세트까지
휘몰아치는 외로움과 광휘의 여정 - 반 고흐를 따라 암스테르담에서 아를, 파리, 오베르쉬르우아즈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애 두 장면 - 빈치 마을 올리브나무 과수원 오두막과 앙부아즈성 예배당
삶 이후 영원의 풍경들 - 샤갈과 생폴드방스
정오의 태양 아래 깃드는 고독 - 알베르 카뮈의 영면처 루르마랭
아르토 가까이, 잔혹하게 가까이 - 잔혹극의 창시자 앙토냉 아르토의 마르세유에 가다
세트, 죽음 혹은 삶이 시작되는 바다 -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를 향하여
6. 사랑으로 죽고, 죽음으로 살고 - 아일랜드 슬라이고에서 그리스 크레타까지
벤벌빈산 아래 이니스프리에 가면 - 예이츠의 아일랜드와 이니스프리 호수
에이번강의 백조, 베로나의 백합 -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과 베로나의 줄리엣 묘
개종으로서의 소설 쓰기, 소설의 순교자 - 플로베르의 루앙과 크루아세, 모뉘망탈 묘지와 리 마을
너무 일찍 혹은 너무 늦게 도착한 사랑과 어긋난 길들 - 체호프의 모스크바 노보데비치 수도원 묘지
자작나무 오솔길을 걸어 사과나무 과수원을 지나 - 톨스토이의 영면처 야스나야 폴랴나
베네치아, 사랑 혹은 죽음에 이르는 병 -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와 리도
자유인의 초상, 그리스인 조르바를 찾아서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 크레타
7. 불멸의 휴식, 영원의 에필로그 - 베를린에서 빈까지
백 년 만의 홍수, 우회(迂廻)의 단초 - 프라하를 항하여
역사의 묘비명, 벽에 절하다 - 베를린 희생자 묘역
황금 물결의 유혹, 미혹(迷惑) - 드레스덴 가는 길
노스탤지어, 우회의 진원 - 프라하 가는 길
불멸의 휴식, 영원의 에필로그 - 빈 중앙 묘지의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쇤베르크
작가의 말 / 다시, 장미꽃을 안고
참고 및 인용 도서
저자소개
책속에서
누구든 몽파르나스 묘지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를 만난다. 그들은 묘지 정문에서 초입, 그러니까 불르바르가 제20구역에 영면해 있다. 나는 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자동으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작고 아담한 집을 찾곤 한다. 처음엔 사르트르 혼자였는데 6년 후 보부아르가 이 생(生)을 떠나 그와 합장됨으로써 살아생전 그들이 보여주었던 계약 결혼 관계의 자유로운 형식이 죽어서는 영원한 한 쌍으로 하나의 묘석 아래 붙잡혀 있는 형국이다.
그들은 이제 ‘꼼짝없이’ 하나의 묘석 아래 묶여 있게 된 셈이다. 살아생전 경어를 사용했고, 한집에 함께 살지 않았던 사람들인데 말이다. 여행을 가거나 호텔에 방을 얻을 때면 나란히 각자의 방을 얻고, 같은 구역의 각자의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수시로 각자의 연인들을 거느리며 51년간의 독특한 동거 관계를 유지했던 그들이 아닌가. 그런 마당에 사후 그들을 하나의 묘석 아래 묶어놓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누가 보부아르를 거기에 묻었는가. 사르트르를 보내며 썼던 보부아르의 『작별의 의식』은 결국 ‘합일의 의식’을 예고한 것인가.
그들 잿가루의 잔해 사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수전 손택은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나 2004년 뉴욕에서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녀가 잠들어 있는 곳은 뉴욕이 아닌 파리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겪는 가장 큰 사건인 ‘태어나고 죽는 사건’에서 배제된다. 나도 모르게 태어나고 나도 모르게 죽는다. 태어나기 전의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죽음 이후에 대해서 나는 유언을 통해 개입할 수 있다. 수전 손택은 백혈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유일한 혈육인 아들 데이비드 리프에게 유언을 남겼다. 파리에 묻어달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사뮈엘 베케트 가까이.
「코뿔소」는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유년기에 나치와 파시즘, 전쟁과 이산(離散)의 고통을 겪은 이오네스코의 부조리한 세계 인식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코뿔소」는 20세기 중반에 발표된 소설이자 부조리극이지만, 코뿔소적인 상황은 지금 이곳의 현실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