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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32405032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한눈팔기
주
해설-나쓰메 소세키와 그의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
판본 소개
나쓰메 소세키 연보
리뷰
책속에서
겐조는 자기 등 뒤에 이런 세계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못내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세계는 평소엔 먼 과거의 것이었다. 하지만 한순간 느닷없이 현재로 바뀔 수밖에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머리엔 거지 중을 닮은 히다의 상고머리가 떠올랐다가 가라앉곤 했다. 고양이처럼 턱이 짧은 누나가 숨이 차서 괴로워하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핏기가 엷어진 형 특유의 말라빠진 긴 얼굴도 보이다 말다 했다.
옛날 이 세계 사람이었던 겐조는 그 후 자연스럽게 이 세계를 혼자서 탈출해 버렸다.
그렇게 벗어난 채 오랜 동안 도쿄 땅을 밟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다시 그 속으로 뒷걸음질 쳐서 오랜만에 과거의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그에게 삼분의 일의 반가움과 삼분의 이의 혐오를 불러오는 혼합물이었다.
겐조는 오로지 금전상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 욕심을 한참 못 따라가는 유치한 잔머리를 최대한 굴리고 있는 노인을 차라리 불쌍히 여겼다. 그리고 움푹 들어간 눈을 지금 반투명 유리 덮개에 갖다 대고 연구라도 하는 것처럼 어둑신한 등불을 응시하고 있는 그가 가엾어 보였다.
‘그는 이렇게 늙었다.’
시마다의 평생을 압축한 듯한 한마디를 눈앞에 떠올린 겐조는 자신이 과연 어떻게 늙을 것인지를 생각했다. 그는 신이라는 단어를 싫어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마음엔 분명 신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만약 그 신이 그의 일생을 통찰한다면 이 탐욕스러운 노인의 일생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가 된 건 겉모습뿐이야. 그러니까 당신은 형식적인 사람이라는 거야.”
아내의 얼굴엔 미심쩍음과 반항의 빛이 아른거렸다.
“자, 어떻게 하면 정말로 정리가 되는 거예요?”
“이 세상에 정리가 되는 일 따위는 거의 없어.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나 이어지거든. 단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기도 모를 뿐이지.”
겐조의 말투는 내뱉듯이 씁쓸했다. 아내는 말없이 젖먹이를 안아 올렸다.
“아이, 예뻐라, 착하기도 하지. 아빠가 하시는 말씀은 뭐라시는 건지 알 수가 없구나.”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아이 얼굴에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