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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일랜드소설
· ISBN : 9788932910901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1-04-25
책 소개
목차
제 1부
제 2부
제 3부
제 4부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아일리시는 매장 일에 관한 문장을 다시 읽었다. 계산대 보는 일을 하게 된다는 뜻인 것 같았다. 급료로 얼마를 받을지, 뱃삯은 어떻게 마련할지 하는 언급은 없었다. 대신 더블린의 미국 대사관에 가서 필요한 서류가 뭔지 정확히 알아 둬야 출발하기 전에 모두 준비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녀가 편지를 읽고 또 읽는 동안, 어머니는 아일리시에게 등을 돌리고서 말없이 부엌을 오락가락하고 있엇다. 아일리시 역시 아무 말 없이 식탁에 앉아서, 어머니가 자신을 돌아보며 무슨 말이든 꺼낼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만히 앉아 1초 1초를 세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사실 어머니가 할 일은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는 아일리시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괜히 일을 만들고 있었다. 마침내 어머니가 돌아서더니 한숨을 쉬었다.
어느 날 저녁, 로즈가 아일리시를 자기 방으로 불러 미국에 가져갈 장신구 몇 개를 고르라고 했을 때, 뭔가 강력한 힘과 명료함으로 아일리시를 놀라게 하는 새로운 사실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언니는 이제 서른 살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받는 연금이 얼마 안 될뿐더러 곁에 자식이 하나도 없다면 너무 외로워할 어머니를 혼자 살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건 분명했으므로, 언니가 그렇게 빈틈없이 진행시킨 아일리시의 출국은 결국 언니가 결혼하기는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뜻했다. 언니는 지금처럼, 데이비스 제분소 사무실에서 일하고 주말과 여름 저녁에는 골프를 치러 다니면서 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 언니는 동생이 마음 편히 떠나도록 하기 위해, 이 집을 떠나 자기만의 집을 꾸미고 자기만의 가정을 꾸린다는 현실적인 모든 전망을 포기하고 있었다.
아일리시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면서 결심했다. 앞으로는 항상 커다란 모험을 앞두고 설렘으로 부푼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두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겠다고. 할 수만 있다면, 그녀가 미국을 동경하고 처음 집을 떠나는 걸 고대한다고 두 사람이 믿게 만들겠다고, 아일리시는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단 한순간이라도 속마음이 드러날 아주 사소한 단서도 내보이지 않기로, 그리고 집을 떠날 때까지 필요하다면 자기 자신에게도 그것을 숨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