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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32910963
· 쪽수 : 28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부모님 말로는 당신은 사람들 마음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그래요.」
「그래, 사람들 마음은 어떻던가요?」
「음모가 나 있어요.」
「농담하지 말고요.」
「진짜 그렇다니까요.」
「하느님을 믿나요?」
「여섯 살 되기 전에 배운 건 모두 다 믿어요. 여섯 살 무렵엔 동화책보다 성경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을 정도니까요.」
「그러면 하느님의 존재를 믿겠군요.」
「여섯 살 되기 전에 배운 건 죄다 믿는다니까요. 그 뒤로 배운 건 죄다 거짓말이에요.」
「밀리아, 왠지 당신한테 마음이 끌리는군요. 다시 만나서 얘길 나누고 싶은데…….」
「웃기고 있네.」
전쟁 때부터 힌네르크는 늘 두 가지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중 하나는 언제나 바지 허리춤에 끼운 채 셔츠로 가리고 다니는 권총이었고, 다른 하나는 끊임없이 그의 마음을 짓누르는 두려움이었다. 완전히 사라지지도, 그렇다고 <잠잠해지지도 않는> 두려움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의 삶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어쩌다 한꺼번에 몸속으로 몰려들어 짜릿함을 주는 극적인 상황이 와도 마음속 두려움은 요지부동이었다. 그의 마음에서 한시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두려움은 다소 구부러진 코라든지, 시력을 상실한 눈, 혹은 절룩거리는 다리와 마찬가지로 몸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현상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힌네르크는 길거리에 나서기만 하면 이내 두려움에 휩싸였다. 집에 홀로 있을 때나, 잠을 잘 때도 여전히 두려움에 짓눌리기 일쑤였다.
학교에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던 카스였지만 어쩌다 사소한 일로 급우와 말다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가 정말로 화가 치밀어 오르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꽁해 있던 탓에 주변 아이들로부터 겁쟁이라고 놀림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카스는 한 아이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간 일이 있었다. 서로 험한 욕을 해대며 엉겨 붙기 직전, 그 아이는 뭔가를 잊고 있었다는 듯이 갑자기 싸움을 멈추고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평소 같으면 겁쟁이라고 놀림을 받아도 싼 행동이었는데 말이다. 카스 곁을 지나가던 그 아이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같은 애랑 싸울 순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