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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12462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9-11-30
책 소개
목차
각성
역자 해설: <전통과 편견> 너머
케이트 쇼팽 연보
리뷰
책속에서
그녀의 내면에서 희미하던 어떤 빛이 분명해졌다. 그 빛은 하나의 길을 보여 주었지만, 이는 금지된 길이었다.
처음에는 그 빛이 그저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 빛 때문에 에드나는 꿈을 꾸거나 생각에 잠겼고, 어두운 고뇌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번에는 그 고뇌 때문에 한밤중에 펑펑 울다가 겨우 추스르기도 했다.
간단히 말해, 퐁텔리에 부인은 우주 속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하나의 개인으로서 자신이 자기 내면과 주변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것은 스물여덟 살 여자의 영혼이 깨닫기에는 너무나 심오한 지혜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성령이 여성에게 보통 내려 주는 어떤 미덕보다 더 큰 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시작, 특히 하나의 세계의 시작은 필연적으로 모호하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며 극도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우리 가운데 몇 명이나 이러한 시작을 이겨 내고 일어서는가! 얼마나 많은 영혼이 그 격렬한 혼돈 속에 스러지는가!
「본질적이지 않은 거라면 나도 포기할 수 있어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돈도 포기할 수 있고, 목숨도 바칠 수 있어요. 하지만 나 자신을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더 또렷하게 설명하긴 어렵군요. 이건 최근에 차츰 이해하고 깨닫기 시작한 거예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매우 행복한 시절이었다. 완벽한 어느 남쪽 바닷가에서 보낸 날의 호사스러운 따뜻함과 햇볕, 색깔과 향기가 자신의 존재와 온통 하나가 된 듯하자, 에드나는 살아 숨 쉬는 것에 감사했다. 그럴 때면 혼자서 알지 못하는 낯선 곳을 즐겁게 찾아다녔다. 꿈꾸기 좋은 양지바르고 나른한 구석을 여러 군데 찾아냈다. 그리고 누구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꿈을 꾼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한 날들도 있었다. 그럴 때면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에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인생이란 기이한 아수라장 같고, 피할 길 없는 종말을 향해 맹목적으로 꿈틀꿈틀 기어가는 벌레와도 같았다. 그런 날이면 에드나는 그림을 그릴 수도 없었고, 맥박이 뛰고 피를 뜨겁게 하는 공상을 할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