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88932912608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20-11-20
책 소개
목차
제1장 오로라의 손가락
제2장 군도가 바다에서 떠오르다
제3장 군도가 종양을 전이시키다
제4장 군도가 잔혹해지다
제5장 군도의 기반
제6장 파시스트들이 실려 왔다!
제7장 군도 주민의 생활
제8장 수용소의 여자들
제9장 특권수
제10장 정치범 대신에
제11장 충성파
리뷰
책속에서
12월 어느 추운 날에 반장이나 직장 들이 몸을 녹이기 위해 사무실에 모여 수용소의 여러 가지 소문을 이야기했다. 거기에 오라체프스끼가 들어와 장갑을 벗으며 그 속에서 무언가 조심스럽게 끄집어냈다. 그는 책상 위에 아직 살아 있는, 오렌지색에 검정빛이 섞인 예쁜 나비를 내놓았다. 「이것 봐, 영하 19도의 혹한을 견딘 나비라고!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에 붙어 있었어.」
모든 사람들이 나비 주위에 모여 말없이 나비를 보았다. 우리들 중에서 살아남을 운명에 있는 행복한 녀석도 그 형기를 마칠 무렵이 되면, 이 나비만큼도 힘이 없을 것이다.
수용소의 여성들은 사랑 이외에 도대체 어디에서 그 삶의 보람을 찾을 수가 있었겠는가? 덤불 속에 숨어서 하기도 부끄럽고, 모두가 보는 막사에서 하기는 더욱 불가능하고, 게다가 사내라고 다 언제나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어떤 곳에 몸을 숨기더라도 반드시 수용소의 교도관들이 찾아내서는 징벌 감방에 처넣으므로 하느님의 축복 아래에 이미 육체의 사랑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특이한 사랑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지금 와서 여성들이 회상하는 바에 의하면 육체관계가 없기 때문에 수용소의 사랑은 더욱 정신적으로 깊어 갔다고 한다. 육체관계가 없기 때문에 그 사랑은 바깥세상보다 더 강해진 것이다! 제법 나이가 든 여자라 할지라도 어쩌다 우연히 누군가의 미소를 받거나 조금이라도 관심을 끌게 되면, 밤새껏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더럽고 암담한 수용소 생활에서도 사랑의 광채만은 이토록 강하게 빛을 발했던 것이다.
조립식 판자 침상은 주위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리지도 않고 전깃불을 끄는 일도 없었다.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본능적으로 행해졌다. 그나마도 모두가 보고 있는 앞에서, 한꺼번에 여러 곳에서 행해졌다. 여자를 지켜 주는 것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노령과 누구나가 인정하는 추한 미모, 단지 그것뿐이었다. 여기서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저주의 상징이다. 매력적인 여자의 침상에는 언제나 손님이 그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