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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2915203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7-08-20
책 소개
목차
1. 프로스페르 동주의 타이어
2. 매그레, 자전거를 타다
3. <펠리캉>의 샤를로트
4. 지지와 카니발
5. 유리창에 침을 뱉다
6. 샤를로트의 편지
7. <지금 뭐라고 하는 거요>의 밤
8. 매그레가 선잠이 들었을 때
9. 샤를 씨의 신문
10. <라 쿠폴>의 저녁 식사
11. 수사국의 갈라 파티
옮긴이의 말
『마제스틱 호텔의 지하』에 관하여
조르주 심농 연보
리뷰
책속에서
거기에 있는 로커는 백 개가 아니라, 정확히 92개였고, 모두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개는 비어 있었다.
왜 프로스페르 동주는 주인이 없어 열쇠로 잠기지 않은 89번 로커를 열 생각을 했을까?
「무의식적으로요…….」 그는 주장했다. 「로커 문이 조금 열려 있어서…… 그냥 별생각 없이…….」
그런데 이 로커 안에는 세워진 채로 밀어 넣어져 지금은 웅크리듯 내려앉은 시체 한 구가 들어 있었다. 밝은 금발 ─ 사실은 염색한 금발이었다 ─ 에 고급 모직 검정 드레스를 입은 30대 여인이었다.
「(……) 반장님도 그 <시종실>을 보셨죠? 지하실에 처박혀 있는 우리에겐 이름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단지 117호실이 아침에 코코아를 마시고, 452호실은 베이컨 에그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 뿐이죠. 우리가 아는 것은 123호실의 하녀와 216호실의 운전기사뿐이에요…….」
그것은 어쩌다 떠오른 생각, 그리고 이내 잊어버린 생각일 뿐이었다. 매그레는 마제스틱 호텔의 3층에 이르렀고, 숨을 고르려고 잠시 멈춰 섰다. 올라오다가 층계에서 쟁반을 나르는 웨이터 하나와, 외국 신문 한 뭉치를 들고 뛰어가는 벨보이 하나와 마주쳤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앞에는 아주 우아한 여자들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차나 한잔 마시려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겠지? 그들이 지나간 뒤로 짙은 향수 냄새가 떠돌았다.
<저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 있어.>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떤 이들은 무대 뒤에 숨어 있고, 어떤 이들은 살롱과 로비 홀에 있지. 한쪽에는 고객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직원들…….>
하지만 그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생각은 정확히 이게 아니었다. 자, 보자!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 있고, 각자는 각자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돈 많은 외국 여자가 차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맞춘 옷을 가봉하러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어떤 웨이터가 쟁반을 나르고, 어떤 객실 담당 하녀가 침대를 다시 꾸미고, 어떤 엘리베이터보이가 엘리베이터를 조작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요컨대, 각자의 신분과 할 일은 분명히,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만일 매그레에게 지금 당신이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난 한 사내를 감옥에 처넣으려 하고 있어. 아니면 단두대에 올려 버리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