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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2918426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7-08-20
책 소개
목차
1. 누런 구두
2. 사자코 노처녀
3. 삶은 달걀
4. 빗속의 장례식
5. 순경의 미망인
6. 부랑자
7. 우비 가게
8. 모니크의 비밀
9. 코멜리오 판사의 조바심
옮긴이의 말
『매그레와 벤치의 사나이』에 관하여
조르주 심농 연보
리뷰
책속에서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
「잘은 생각이 나지 않는데, 하여간 눈에 익은 얼굴이에요. 날마다 마주치는데 특별히 눈여겨보게 되지 않는 사람들 있잖습니까.」
느뵈가 거들었다.
「이 얼굴은 저도 눈에 익은데요. 아마 이 근처에서 일하나 봅니다.」
하지만 루이 투레라는 이 남자가 도대체 뭘 하려고 이 막다른 골목에 들어왔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매그레는 상토니 쪽을 돌아보았다. 상토니는 풍기 단속국에 오래 근무했던 터이다. 외진 곳을 찾을 만한 이유가 있는 별종들이 더러 있는 법이고, 특히 이 지역에서는 그럴 만했다. 그들은 면면이 거의 알려진 자들로, 때로는 꽤 잘나가는 인물들도 있었다. 이런 자들은 가끔씩 체포되기도 했지만, 석방되면 금방 재범을 저지르곤 했다.
하지만 상토니는 고개를 저었다.
「본 적 없습니다.」
매그레는 용단을 내렸다.
「계속하시오, 여러분. 작업을 마치면 법의학 연구소로 이송하시오.」
그러고는 다시 상토니를 향해 말했다.
「그의 가족을 찾아가 보세. 가족이 있다면 말이지.」
한 시간 후였다면, 그는 몸소 쥐비지로 찾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를 쓸 수 있었다. 그리고 호기심이 동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지극히 평범한 남자였다는 사실이 오히려 의아스러웠다. 창고 관리인이라는 직업도.
「불쌍한 루이.」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시신을 덮은 시트 밖으로 삐져나와 있는 구두를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저건 뭐지요?」
매그레는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누가 저런 구두를 신겨 놨어요?」
「발견되었을 때 신고 있던 구두 그대로입니다.」
「말도 안 돼요. 루이는 누런 구두 같은 건 신어 본 적이 없어요. 적어도 제 남편이 된 후 스물여섯 해 동안은요. 제가 허락하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너도 알지, 잔?」
파리로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 그는 생각에 잠겼다. 사건과는 무관한 상념들이었다. 스무 살 때 처음 파리에 상경했을 때, 그의 마음을 가장 흔들어 놓았던 것은 대도시의 끊임없는 동요, 수십만의 인간들이 무엇인가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몇몇 중심지에서는 그런 동요가 한층 더 확연했다. 가령 중앙 시장, 클리시 광장, 바스티유, 그리고 루이 씨가 피살된 저 생마르탱 대로….
그 시절 그에게는 충격이었던 것, 마치 낭만적 열기와도 같은 무엇을 전해 주었던 것은, 끊임없이 술렁이는 그 군중 가운데서도 끈을 놓아 버린 자들, 낙망한 자들, 패배한 자들, 될 대로 되라고 포기해 버린 자들이었다.
그 후로 그는 차츰 그들을 알게 되었지만, 이제 그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더 이상 그들이 아니라 그들보다 한 계단 위에 있는 자들, 내로라 할 것은 없으나마 착실하고 근면하게 살아가는 자들이었다. 날마다 살아남기 위해, 또는 살아남았다는 환상을 가지기 위해, 아직 살아 있고 인생이 살 만하다고 믿기 위해 투쟁하는 자들이었다.
지난 25년 동안, 매일 아침 루이 씨는 밀랍 먹인 도시락 보에 싼 점심을 가지고, 똑같은 통근자들과 함께 똑같은 기차를 타고 출근하여, 저녁이면 집에, 굳이 말하자면 <세 자매의 집>으로 돌아갔다. 비록 셀린과 잔이 좀 떨어져 살기는 했지만, 세 여자는 마치 돌벽처럼 지평선을 막아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