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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15906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2-10-15
책 소개
목차
목신의 오후
얌전한 여자애들도 할 건 다 한다
포식성 여인
선행
순박한 그림
파란 산 중턱의 작은 집
도심 밖으로 나간 해리
산골 결혼식
경이로운 소년들
해변의 바
남쪽으로
인맥(시나리오)
새 여자
손쉬운 낚시질
클럽
치명적인 한 방
계단의 생쥐 한 마리
피부색
뒷거래
주인의 육체
옮긴이의 말: 금단의 열매가 넘쳐나는 그곳, 남쪽으로
리뷰
책속에서
「그럼 조금 기다리지 뭐.」
그러니까, 그녀는 머물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이 의자는 별로 튼튼하지 않아서요, 부인……. 여기 앉으시는 게 좋겠네요. 더 편하실 거예요.」
그녀는 엉덩이 끝으로 살짝 걸터앉았다. 나의 얄팍한 술수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며, 내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겠다는 것을 알리는 그녀 나름대로의 방식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장단을 맞출 생각이 없었다. 시간을 지배하는사람이 모든 것의 우위를 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유 있게 그녀의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내게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 하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마담, 이 나라에서 포르토프랭스를 제외한 다른 곳은 당신이 알고 있는 아이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겁니다…. 우린 아메리카에 사는 프랑스인도, 유배를 온 아프리카인도 아닌 아이티인일 뿐입니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소? …아니, 잘 이해가 안 되는 것 같군요. 어쨌거나, 이제 곧 보게 될….」
나는 지금까지 할렘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흑인이 열 명 이상 있는 곳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그들이 내게 겁을 주거나 무슨 해를 끼쳐서가 아니라, 단지 흑인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 것뿐이다. 이런 내 말에 당신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나를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난 넵튠한테 푹 빠져 있으니까. 넵튠 역시 그들처럼 피부가 새까만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아이티인이다. 내가 흑인이라고 할 때는 미국에 사는 흑인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백인들의 뒤통수를 칠 생각밖엔 하지 않는다. 우리 백인은 그들을 도와준 것밖엔 없는데. 내 말이 당신에게는 충격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안 그런가? 하지만 그게 내 생각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흑인들이 다니는 학교를 지어 준 게 누군가 말이다. 어쨌거나 그들이 만든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나 역시 백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백인 남자들을. 그들은 나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쳐다봐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몸무게가 54킬로그램을 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