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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32916446
· 쪽수 : 142쪽
· 출판일 : 2014-02-24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 자신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아니 그조차도 확실치 않다. 오랜 세월 동안 한낱 흩어진 페이지들이었을 뿐이다. <시간>이 없다는 조바심에 다시 읽거나 아마도 이따금씩 다듬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을 위한 시간일까?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유령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들은 시간 밖에 있기 때문에 시간을 가진 유일한 존재들이다. 마지막으로 (바로 지금) 원고를 다시 읽고 나서, 중요한 것은 단지 시간만이 아님을, 공포의 원인은 단지 시간만이 아님을 깨닫는다. 쾌락도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용기 또한 그럴 수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 무렵 나는 남들이 성(城) 안에 사는 것처럼 체류 허가증도 없이 허허벌판에서 지냈다. 물론 단 한 번도 이 소설을 들고 출판사에 찾아가지 않았다. 그랬다면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공연히 사본만 한 부 잃어버렸을 것이다. 심지어 흔히 말하는 정서본(淨書本)을 만들지도 않았다. 원본은 원래 면수가 더 많았다. 텍스트는 병(病)처럼 퍼지면서 증식하는 성향이 있었다. 당시에 나의 병은 오만과 분노, 그리고 폭력이었다. 분노와 폭력은 심신을 고갈시켰고, 나는 녹초가 되어 하릴없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밤에 일했다. 낮에는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한순간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들지 않으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물론 흥미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그들 중 일부는 내 자신이 만들어 낸 환각의 산물이었다. 그때가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마지막 해였을 것이다. 나는 이른바 공식 문학에 엄청난 경멸을 품었다. 비록 주변부 문학에 대한 경멸보다 조금 더 컸을 뿐이지만. 그러나 나는 문학을 믿었다. 요컨대, 야심도 기회주의도 아첨도 믿지 않았다. 헛된 몸짓을 믿었고 운명을 믿었다. (11면. 서문 「완전한 무정부 상태」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