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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18488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7-08-2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성에서 산다는 것, 그게 어떤 건지 사람들이 안다면! 내 사랑아, 너 때문에 난 열여덟 살까지 굶주림에 시달렸고, 매년 겨울 살을 에는 추위에 떨었어. 이곳 겨울이 반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은 주님께서 아셔! 증오가 사랑에 가깝다는 건 맞는 말이야. 1958년 겨울, 루이즈 누나가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죽었을 때, 난 널 증오했어. 당시 난 열두 살, 누나는 열네 살이었지. 우린 그녀의 병명을 입 밖에 낼 권리가 없었어. 하지만 영양실조와 추위가 그 병을 악화시킨 건 분명했어. 난 성인이 되기 전에 붉은 고기를 먹어 본 적이 없었어. 하지만 내 마음을 산산조각 내놓은 건 그게 아니었어. 내 아버지 오카생은 루이즈를 미친 듯이 사랑했어. 그는 단지 생활을 바꿀 수가, 겉치레에 모든 것을 희생시키지 않을 수가, 찢어지는 가난에 시달려야 할지라도 한 달에 한 번은 벨기에 귀족을 초대해 호화롭게 대접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뿐이야.>
「한 가지 더 물어볼 게 있네. 자네가 말한 살인 사건 중에 범죄를 계획한 경우도 있었는가?」
「물론 없었네.」
「왜 <물론>인가?」
「계획된 범죄였다면, 사교계가 그걸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여겼을 테니까. 순간적으로 발끈해 손님을 죽이는 것에서는 품격이 느껴져. 멋이 있지. 손님을 살해하려고 계획을 꾸미는 건 천박하기 그지없는 일로서, 그자가 접대의 예술을 모른다는 것을 증명하네.」
「혹시 선례는 없는가?」
「우리 사교계에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앙리.」
「자네가 든 예들 중 하나에 계획범죄가 감춰져 있었다면?」
「헛소리를 마구 지껄이는구나! 가엾은 녀석! 네가 사춘기에 겪는 위기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내 정녕 몰랐구나.」
「제가 거의 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말을 않고 있는 게 훨씬 낫구나. 네가 이렇게 입을 여니, 정말이지 끔찍해.」
「제 머릿속에서는 네 살 이후로 늘 이래요. 그래도 이건 최악은 아니에요. 최악은 제가 열두 살 반 이후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못 느낀다는 거예요. 제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할 때,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 오감은 아주 잘 작동해요. 전 듣고, 보고, 미각, 후각, 촉각도 있어요. 하지만 그와 결합된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해요. 아빠는 제가 살고 있는 지옥이 어떤 건지 몰라요. 베르나노스의 말이 맞아요. 지옥은 한기예요. 전 절대 0도에 붙박여 지내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