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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20979
· 쪽수 : 456쪽
· 출판일 : 2021-03-15
책 소개
목차
1부
에피아
에시
퀘이
네스
제임스
코조
아비나
2부
H
아쿠아
윌리
야우
소니
마조리
마커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미국에서 흑인으로 사는 것의 의미
리뷰
책속에서
에피아 오처가 판틀랜드의 사향을 머금은 열기 속에서 태어난 밤, 그녀 아버지의 컴파운드 바로 바깥쪽 숲에서 불길이 맹렬히 번졌다.
스스로 침묵을 실천하고 에피아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바바였다. 다른 어머니들은 모두 딸을 데리고 축복을 받으러 가는데 바바는 왜 자기를 데려가지 않는지 에피아가 묻자 바바는 그녀를 때렸다. 에피아는 말이나 질문을 하지 않을 때만, 스스로 움츠릴 때만 바바에게서 사랑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아비쿠 역시 그러기를 원하는지도 몰랐다.
그날 밤 에피아는 초경을 했는데, 열다섯 번째 생일이 지나고 이틀 만의 일이었다. 그것은 에피아가 예상했던 것처럼 파도의 세찬 돌진이 아니라 오두막 지붕의 한 곳에서 빗물이 똑똑 떨어지듯 조금씩 흘러나왔다. 그녀는 몸을 씻고 바바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아버지가 바바 곁을 떠나기를 기다렸다.
「바바, 피가 나왔어요.」 그녀가 붉게 물든 야자수 잎을 보여 주며 말했다.
바바가 손으로 그녀의 입을 가렸다. 「나 말고 아는 사람 있니?」
「없어요.」 에피아가 대답했다.
「계속 이대로 있는 거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누가 너한테 이제 여자가 됐는지 물으면 아니라고 대답해.」
에피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자리를 뜨려고 돌아섰지만 가슴속에서 뜨거운 석탄처럼 의문이 타올랐다. 「왜요?」 이윽고 에피아가 물었다.
바바가 에피아의 입에 손을 넣어 혀를 꺼내 날카로운 손톱으로 혀끝을 꼬집었다.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질문을 해, 응? 시키는 대로 안 하면 다시는 말을 못 하게 만들 거야.」 그녀는 에피아의 혀를 놓아주었고, 그날 밤새 에피아는 입속의 피 맛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