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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88932922393
· 쪽수 : 592쪽
책 소개
목차
제8부 도착
제9부 바리키노
제10부 가도(街道)에서
제11부 숲의 군단
제12부 눈 덮인 마가목
제13부 조각상들이 있는 집 맞은편
제14부 다시 바리키노에서
제15부 종장
제16부 에필로그
제17부 유리 지바고의 시
역자 해설: 시대의 바리새주의에 저항한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연보
책속에서
그는 토냐를 숭배할 정도로 사랑했다. 그녀의 평화로운 영혼, 그녀의 평온은 그에게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그는 그녀의 친아버지보다, 그녀 자신보다도 더 그녀의 명예를 지켜 주기 위해 산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그녀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는 그녀를 모욕한 사람을 자기 손으로 찢어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바깥은 봄날 저녁이다. 대기는 온통 소리로 가득하다. 마치 온 대기가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다는 표시로 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 그 먼 곳이 러시아이다. 이 비할 데 없는 러시아, 바다 너머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저명한 친척이자 수난자이자 고집쟁이이자 미치광이이며, 결코 예견할 수 없는 영원히 위대하고 파멸적인 행동으로 미친 것 같은, 숭배해 마땅한 러시아! 오, 존재한다는 것은 얼마나 달콤한가! 세상에 살면서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달콤한가! 오, 삶 자체에, 존재 자체에 감사하다는 말을 얼마나 하고 싶어지는가, 삶과 존재에게 정면으로 이 말을 얼마나 하고 싶어지는가! 바로 이것이야말로 라라이다. 삶과 존재는 대화를 나눌 수 없지만, 라라는 이들의 대표자이고, 이들의 표현이며, 존재의 소리 없는 근원이 부여한 청각과 말의 선물이다.
두 영혼의 합일보다 그들을 더 결합시킨 것은 그들을 나머지 세계로부터 갈라놓는 심연이었다. 그들 두 사람은 현대인에게 보이는 치명적으로 전형적인 모든 것, 그러니까 틀에 박힌 감격, 남의 이목을 끄는 의기양양함과 죽음과 같은 무익성을 싫어했는데, 과학과 예술 분야의 수많은 노동자가 그 죽음과도 같은 무익성을 그렇게도 열심히 퍼뜨리고 다녀 천재성은 계속 대단히 드문 일로 남게 될 판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위대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 감정의 특별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