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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32924854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4-12-10
책 소개
목차
1 시련
2 대비
3 호화로운 생존
4 피신처
5 외계 정착촌
6 은밀하게
7 미래의 최종 안식처
8 지도의 빨간색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세상의 종말이 닥쳤을 때, 나는 아들과 함께 소파에 앉아서 만화 영화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가장 암울한 시나리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물려받은 세계는 거의 소진되어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해체를 맞이할 운명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 거리에서, 그리고 각국 정부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파시스트들을 보라. 이상해지고 변덕스러워지고 악의적으로 변해 가는 날씨를 보라. 명목상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부와 권력은 점점 더 몇몇 무도한 이들의 수중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 삶이 팍팍해지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전후의 시혜 조치를 통해 맺어진 기존 동맹 관계는 최근에 심각한 위기 상황에 접어들었다. 세계 정치가 펼쳐지는 정교한 무대, 샹들리에가 빛나는 고급스러운 회의장은 해체되고, 좌익과 우익으로 갈라지고, 자본주의라는 조악한 기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돈이라는 허구적인 개념만 마지막에 남아서 지고한 진리가 되고, 우리는 점점 더 높이 쌓이면서 썩어 가는 사실들이라는 슬러지에서 고개만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종말의 징후를 읽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든 간에, 종말의 징후는 은밀하지만 끈덕지게 어디에든 널려 있다.
프레퍼는 두려움에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환상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의 붕괴는 우리 문화에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은 남성성 중심의 생활 양식으로, 맨땅에서 화장실을 뚝딱 지을 수 있는 ─ 또는 석궁을 써서 아내와 자녀를 침입자로부터 보호하거나, 자기가 잡은 사슴을 그 자리에서 해체할 수 있는 ─ 남성이 곧바로 신흥 엘리트로 등극하는 세상 으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형태를 취하든 간에, 종말은 대다수에게는 비참함과 죽음을 의미하겠지만, 준비된 이에게는 첫 번째 원칙, 남성이 남성인 세상으로 돌아감을 의미할 것이다. 그 남성이 백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