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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3801925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2-01-22
책 소개
목차
기획의 글
작가의 말
1 야성의 시기
2 아득한 서울
3 문밖에서
4 동무 없는 아이
5 괴불마당 집
6 할아버지와 할머니
7 오빠와 엄마
8 고향의 봄
9 패대기쳐진 문패
10 암중모색
11 그 전날 밤의 평화
12 찬란한 예감
해설
작가 연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그냥 자연의 일부였다. 자연이 한시도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니까 우리도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농사꾼이 곡식이나 푸성귀를 씨 뿌리고, 싹트고, 줄기 뻗고, 꽃피고, 열매 맺는 동안 제아무리 부지런히 수고해봤자 결코 그것들이 스스로 그렇게 돼가는 부산함을 앞지르지 못한다.
나는 산도 들과 마찬가지로 무진장한 먹을 것을 생산한다고 믿었고, 아이들하고 친한 먹을 것은 역시 나무 위보다는 그 그늘에 있다고 알고 있었다. 우리 시골 동산엔 소나무도 있었지만, 밤나무, 오리나무,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등 갈잎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가을이면 집집마다 겨울 땔감으로 마당에다 집채만 한 갈잎가리를 몇 동씩 만들어 놓을 수가 있었다. 그래도 그 많은 잎들을 박박 긁어내지는 못하는지 해마다 쌓여 썩은 흙은 부드럽고 습기 차 온갖 풀과 나물과 버섯과 들꽃을 키웠다. 물론 다 쓸 만한 풀만 자라는 건 아니었다.
내 꿈의 세계 창밖엔 미루나무들이 어린이 열람실의 단층 건물보다 훨씬 크게 자라 여름이면 그 잎이 무수한 은화가 매달린 것처럼 강렬하게 빛났고, 겨울이면 차가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힘찬 가지가 감화력을 지닌 위대한 의지처럼 보였다.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온 범상한 그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