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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3811368
· 쪽수 : 127쪽
· 출판일 : 2005-04-22
책 소개
목차
1
군불 때는 저녁
슬픈 뜨개질
길을 먹어치우는 자벌레
모래밭 위 나무 한 그루
감자 눈 속 푸른 하늘
상원사 동종
녹슨 지붕에 앉아 빗소리 듣는다
바닷가 민박집
밤늦게 깎는 손톱
가수리 느티나무
겨울 장지에서
목 어
저녁 풀내음
효자손
냉 방
감나무가 있는 집
복수초
2
물방울, 연이에게
꽃잎을 안고 낙하하는 열매들
북창여관
해변의 묘지
거위의 꿈
가을, 화엄
체련곡
내 몸의 화전 한 뙈기
팥배나무 그늘
그 강가에는 빙어가 산다
감 깎는 할머니
빈 집 4
돌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대관령행 완행버스
사원의 노래
월남상회 사람들
흰 소
3
금강초롱 위에 비 내리다
겨울 숲 열매들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
물곰국
인제, 겨울 강 1
골방에서
바닷속 사원
바람이 머문 자리
꽃샘추위
가래나무 아래 비탈길
불이문에 기대어
울산바위
북 어
그 여름 줄장미들은 담장을 넘고
별
4
토담 고치는 아버지
프롱혼에게
속초역 4
사하촌 호랑가시나무 한 그루
문득 집 생각
가을에
마른 오징어
능소화
털 옷
장작불
그믐밤
불 면
봄 산, 죽비 소리
화진포
겨울 미시령
적멸보궁
해설 - 곤궁을 견디는 생의 빈 집 / 김수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믐밤
삼십 촉 알전구가 어둠을 밀어 내는 저녁이다
이 시간에는 늘 그래 왔듯이
늙을 대로 늙어 주름이 살처럼 굳어 버린 얼굴을 한 아버지가
沈海漁처럼 안방 아랫목에 배를 깔고 누워
그믐밤에는 짐승들이 하얗게 똥을 싸고 가는
텃밭을 내다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 날이면 나는
올 빠진 털옷처럼 반쯤 넋을 놓고
골방에 담겨
밤참으로 팅팅 불은 국수를 먹기도 했다.
누나를 꼬시러 온 동네 청년들은
바람구멍 숭숭 뚫린 창호지 문을 등진 채
사랑방에서 몇 패를 돌리며 민화투를 쳤으나
시간은 더디게 갔다.
내 오랜 기다림의 끝이었다가
다시 시작인 그 작은 방.
마당 귀퉁이 나이 든 대추나무 위로
싸락눈 쌓이는 소리 점점 사위어지는데
바람은 젖은 옷처럼
내 살에 척척 달라붙었다 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