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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중국문화
· ISBN : 9788934958475
· 쪽수 : 348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 강남
1장 절강성 1 – 항주
소동파가 사랑한 호수, 서호
매처학자의 은자가 노닐다, 고산
가효와 미경의 최고 식당, 누외루
청산에 묻힌 충골의 사당, 악비묘
남송의 명동거리, 청하방
2장 절강성 2 – 소흥
공을기의 주점을 찾아가다, 노신고리
흥 따라갔다가 흥 다해 돌아오는 뱃길, 오봉선의 추억
육유와 당완의 슬픈 사랑의 정원, 심원
이백의 술친구 하지장의 고향, 감호
행서 신품의 탄생처, 난정
물고기가 가라앉는 마을, 서시고리
3장 안휘성 1 – 황산
오악이 산이더냐? 최고의 명산, 황산
푸른 눈으로 맞이하는 황산의 주인, 영객송
대지에 피어난 선계의 연꽃, 연화봉
천상의 봉우리들이 내려와 머물다, 서해대협곡
꽃이 피어나는 붓, 몽필생화
4장 안휘성 2 – 선성
십 리 복사꽃 피는 마을, 도화담
문방사보의 도시, 선성
이백의 우상 남조 시인 사조의 누대, 사조루
고금의 명주, 노춘과 선주
보고 또 봐도 물리지 않는 산, 경정산
5장 안휘성 3 – 마안산
날개 꺾인 붕새의 안식의 땅, 당도
고래를 타고 떠난 시인의 자리, 채석기
6장 강소성 – 소주
미녀와 시인의 도시, 소주
한밤중 종소리 울리는 다리, 풍교
명검의 기운이 충패한 산, 호구산
서툰 정치로 이룬 최고의 정원, 졸정원
주장의 옛 골목에서 부르는 사모곡
2부 유배길
7장 호남성 1 – 장사
불우한 천재 가의의 유배처, 가의고거
굴원이 몸을 던진 곳, 멱라강
늙고 병든 두보가 잠시 머물렀던 곳, 두보강각
붉은 봉황이 날개를 펼치는 산, 남악 형산
8장 호남성 2 – 영주
소상에 내리는 밤비, 영주
유종원의 자화상, 우계
불우한 시인의 벗, 조양암과 향령산
9장 광서장족자치구 1 – 계림
푸른 옥비녀와 푸른 비단띠, 첩채산과 이강
최고의 산수화 걸작이 펼쳐지는 곳, 양삭
20위안 인민폐에 그려진 어부의 마을, 흥평고진
10장 광서장족자치구 2 – 유주
유종원과 유주, 그리고 유수
덕정을 기리는 노래가 울리는 유종원의 사당, 유후사
우레와 용의 신이 거하는 공원, 용담공원
11장 광동성 1 – 대유령
매화가 피고 지는 유서 깊은 고갯길, 대유령
동파가 쉬어가던 나무, 동파수
붉은 노을로 빚어낸 산, 단하산
12장 광동성 2 – 혜주
붉은 여지가 빗속에 익어가는 도시, 혜주
혜주에서 다시 만나는 동파의 호수, 서호
동파의 세 번째 여인이 잠든 무덤, 조운묘
아름다운 혜주에 길이 살어리랏다
13장 해남도
하늘 끝 땅끝 해남도로 가는 길
침상을 마주하여 듣는 밤비 소리, 대상야우
동파의 유풍이 남아 있는 시대지향, 중화고진
술을 싣고 찾아와 가르침을 청하는 학교, 동파서원
해남도를 떠나며 읽는 동파의 절필시
여행 일정
사진 출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강남 최고의 명승이 항주요, 그다음이 소주라고 했던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안내를 따라서 우리도 항주로 시작해서 소주까지 가는 노정을 따라 약 주에 걸쳐 강남 곳곳에 편재한 명승과 명시를 마음껏 누렸다. 항주 서호에 배를 띄워 소동파의 시를 읊기도 하고, 소흥 난정에 들러 왕희지의 유상곡수流觴曲水를 흉내내기도 하고, 안휘성 남부 황산에 올라 천상의 산들이 펼치는 황홀한 그림에 넋을 놓기도 했다. 시선 이백의 삶과 시가 선명한 안휘성 곳곳을 떠돌며 옛 시인과의 향기로운 교유를 즐겼고, 오왕 합려의 삼천 자루의 검이 묻혔다는 소주 호구산을 거닐며 공자 계찰이 나무에 걸었던 신의의 검 한 자루를 깊이 생각하기도 했다.
선성 시내 한 식당을 찾아 저녁 식사를 했다. 먼저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이 준비될 동안 식당 계산대 뒤쪽에 진열된 여러 종류의 중국 술을 구경했다. 하루 일정이 끝나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른 저녁 식사 시간은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중국은 지역마다 그 지역 특산의 명주가 있어서 반주로 등장할 새로운 명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일행들이 나의 술 감식안에 제법 신뢰를 보내고 있어서 술을 고를 때면 매양 의기양양 즐거웠다. 선주宣酒라는 이름의 술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선성의 술이라 하니 선성을 대표하는 명주가 틀림없겠다는 생각에 덥석 집어들고 술병에 적힌 소개 글을 읽었더니 놀랍게도 이 선주는 당나라 때 선성에서 유행한 ‘노춘老春’이라는 술을 계승하였다는 것이다. 노춘이라면 이백이 선성에서 머물 때 즐겨 마셨던 바로 그 술이 아닌가!
〈천문산을 바라보다望天門山〉라는 시이다. 이백이 25세 때 고향 사천을 떠나 장강을 따라 강남으로 오던 시절에 쓴 시로, 그가 탄 배가 이곳 당도의 천문산 부근을 지날 때의 풍경을 적은 것이다. 장강물이 푸른 청산을 양쪽에 두고 거세게 흘러가는 모습인데, 마치 강물이 천문산을 중간에 끊고 길을 만들어 흘러가는 듯하다는 표현에서 젊은 이백의 거침없는 힘찬 기세를 느낄 수 있다. 첫 구의 ‘천문天門’과 마지막 구의 ‘일변日邊’이라는 용어에서 황제의 곁으로 가서 자신의 큰 뜻, ‘경국제세經國濟世’의 꿈을 펼치겠다는 거창한 꿈이 담겨 있음도 읽을 수 있다. 그런 장한 뜻이, 거창한 꿈이 있었건만, 이제는 모두 장강 물처럼 흘러가버렸다. 그렇게 꿈이 흘러가고 세월이 흘러간 장강 강변에 늙고 병든 시인이 서 있을 뿐이다. 서쪽으로 석양이 기울고 붉은 저녁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운다. 문득 하늘가의 구름 같은 거대한 날개를 펼친 붕새 한 마리가 이백의 상상의 하늘로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