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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34976011
· 쪽수 : 216쪽
책 소개
목차
전설
양반이 사랑하는 노비의 삶
앞은 눈으로, 뒤는 생각으로
원수를 부리는 법
부모
양반은 신경 쓰지 않는 노비의 삶
누가 선한 사람인가
측은히 여기는 순수한 마음
군자란 무엇인가
올빼미와 한 편의 이야기와 몇 편의 시와 귓속말
선생
일의 밑바닥에 흐르는 이치
단점과 장점
녹림당의 신화
이론과 실천
구름 위에 누워 하늘을 나는 법
사랑보다는 강물에 빠지세요
내 이름
노비는 왜 세습되는가
작가의 말을 대신하여
저자소개
책속에서
변호를 좀 해 보자면 한정효의 성향이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한정효는 가끔씩 열정을 이기지 못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보이기는 해도 전반적으로는 예의 바르고 진중한 쪽에 훨씬 더 가까웠습니다. 그렇다면 노상에서 벌인 느닷없는 자기 자랑, 가문 자랑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앞서의 ‘오 분 전 상황’을 다시 한 번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밤 꿈과 열불 그리고 그 둘의 근본 원인이라 할 상소의 건을 죄다 호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 여태 이름도 밝히지 않은 이 사람의 기이하나 위압적인 존재감까지 언급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한정효의 신경증적인 장황한 자기소개에 이 사람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표정은 온화했고 대답은 짧았습니다.
“난 엄택주라고 하오.”
할 말을 다 하고 줄 것을 다 준 나는 미친개에게 붉은 점박이 말 한 마리를 선사합니다. 미친개가 말을 타고 성을 빠져나갑니다. 미친개답게 채찍을 휘두르며 달려갑니다. 나도 말을 타고 미친개의 뒤를 따라갑니다. 내 벗이나 마찬가지인 적토마를 타고 유유히 강산을 달리는 일은 정말로 좋습니다. 광풍이 매섭게 불어와도 나는 하나도 춥지 않습니다. 그건, 내 가슴속에서 꺼지지 않는 뜨거운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꿈속에서 나는 늘 도적입니다. 시시한 양반으로 만족하며 사는 반석평의 헛된 꿈같은 것은 이제 더 이상 꾸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울지 않습니다.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그 뜨거운 기운을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느끼면서 자유인으로서의 길고 좋은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