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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4976837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7
특별 수록 단편 2056년 쿨림픽 206
옮긴이의 글 227
리뷰
책속에서
그런데 이날 아침은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어이, 잠깐 와봐. 큰일 났어!”
내 목소리를 듣고 작업실에 있던 아저씨가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 나타났다. 잠이 덜 깬 눈이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휘둥그레진다.
“으악! 너 누구야!”
“나야. 유메키치.”
“어? 설마, 그럴 리가.” 아저씨는 내 몸을 뚫어져라 보고 나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그 스웨터의 줄무늬는 낯이 익다.”
“내 털무늬잖아.”
“아하!”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됐어?”
“몰라. 눈을 뜨니까 이 모양이야.”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원래 고양이여야 하는 내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는 스무 살쯤 되었을까. 거울로 보기에는 상당한 미남이다.
“아이고.” 아저씨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이거 신기한 일이 벌어졌네.”
겨우 수하물 검사를 받는 데까지 왔는데 아저씨의 배낭이 걸렸다. 여성 검사관이 엄격한 눈빛으로 열어보라고 명령한다. 아저씨는 혀를 찼다.
“대단한 게 들어 있을 리 없어요. 이런 관계없는 것까지 일일이 검사하니까 입구가 혼잡하지.”
중얼중얼 불평을 늘어놓는 아저씨에게 여성 검사관은 엄격한 얼굴 그대로 말했다. “칼입니다.”
“예?”
“칼이 들어 있습니다.”
아저씨는 낯빛을 바꾸고 배낭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과연 접칼이 나왔다.
“젠장. 등산용 칼이다. 큰일이네. 친구한테 받은 건데.”
아저씨는 한탄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칼은 압수되었다. 그야 당연하지. 가위와 면도칼도 안 되는데. 온전한 흉기가 인정될 리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