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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4984900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1-04-05
책 소개
목차
1. 변사자
2. 실종
3. 신원
4. 예나
5. 변사자의 부친
6. 글로벌 픽처스
7. 꽃새미 화원
8. 인터뷰
9. 눈먼 사내
10. 의심
11. 오류
12. 한 배를 탔던 사람들
13. 유리알 눈
14. 푸른 산
15. 자매의 과거
16. 함정
17. 늪지
18. 양날의 검
19. 흰 꽃
20. 음모
21. 재수사
22. 벼랑
23. 은퇴 이민
24. 증오하면서 사랑한다
25. 미제
26. 블라인드 스폿
27. 상속자
28. 고해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변사자의 키는 대략 160에서 165센티미터 사이로 보였다. 나이는 30대 초중반쯤. 포니테일을 푼다면 숱이 많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일 것이다. 복장은 긴팔 블라우스에 회색 정장바지 차림이다. 변색되긴 했지만 블라우스 색깔은 원래 인디언 핑크였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얼굴에는 풀과 같은 얇은 막이 덮여 있었는데, 사체가 부패하면서 생긴 분비물이 빗물과 엉킨 듯 보였다. 신발은 신지 않았고, 살구색 발목스타킹은 복숭아뼈 부근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오금팽이에서는 진물이 흐르고, 눈과 코와 입에서도 구더기와 이름 모를 벌레들이 꼬물거렸다. 핏자국이 흙바닥과 수풀, 돌멩이 사이에 거뭇하게 남아 있는 걸로 보아 사체에서 흘러나온 피의 양이 짐작되었다.
범행 수법이 날로 악랄해지면서 범죄자들은 자신들의 지문을 없애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문을 지우려는 범죄자들의 집착이 무색하게 지문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중략)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손가락이 너덜너덜해지는 걸 감수하고 진피층까지 깎아버리면 된다. 아니면 손가락 마디를 잘라버리든지.
‘서사창작실기론’ 수업이 있는 금요일이 왔다. 스물다섯 명 모두 강의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금요일이 지났지만 잠잠했다. 학과사무실에서도 연락이 없었다. 이민흠이 발설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도 켕기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그다음 금요일에도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했다. 담당 조교가 예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예나는 조교에게 이 수업 거부가 단체 의사 표시라고만 전했다. 조교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예나는 교수님이 더 잘 아실 거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수업 거부 3주째가 되자 몇몇 학우가 이제 그만하자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즈음 이민흠이 예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날 술자리에서의 사건은 취한 탓이었다고, 계속적인 수업 거부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못박았다. 예나는 단톡방에 이민흠의 문자를 공유한 후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불미스러운 일을 술 탓으로 돌리는 교수님의 태도가 몹시 유감스럽다고, 학과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답신은 없었다.
수업 거부 중인 학생들 중 몇몇은 이민흠에게 창작한 소설을 개인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1학년인 학생들은 앞으로도 3년 넘게 이민흠을 전공 교수로 만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이민흠이 졸업논문 지도교수가 될 확률도 높았다. 당장 이번 여름방학에 그가 소개한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로 예정된 학생도 여럿이었다. 장차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등단을 목표로 품은 학생도 있었다. 예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러니 학생들도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