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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4995289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고등학교 때 일, 기억나?”
“얼마나 됐다고. 기억하지.”
“나도.”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 가슴 언저리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얼굴을 보며 말했다.
“중학교 때는? 기억나?”
“기억나는 것도 있고. 잊어버린 것도 많지만.”
“초등학교 때는?”
“그렇게 옛날 일은 많이 잊어버렸지. 친구 얼굴도 기억 안 나.”
“하지만 추억은 떠오르지? 소풍이나 운동회 같은 거.”
“운동회는 똑똑히 기억이 나. 특히 달리기. 결국 일등을 못했거든.”
“정말? 의외네.” 사야카는 살짝 웃더니 물었다. “그보다 더 옛날 일은 기억나?”
“더 옛날 일?”
“초등학교 입학 전 일 말이야. 기억나는 거 있어?”
“어려운 질문이네.” 나는 팔짱을 꼈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 기억의 파편 같은 게 있긴 해. 동네 아이들하고 놀았던 기억이라든지 아버지께 혼이 난 일 같은 거. 하지만 정확한 스토리는 모르겠고.”
“크노소스 궁전이라고 알아?”
잠시 생각한 끝에 먼저 이 이야기를 꺼냈다.
모른다는 대답 대신 사야카는 고개를 저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의아해하는 게, 눈썹 움직임에서 느껴졌다.
“크레타 문명의 대표적인 건축물이야. 그 안에 고고학자들을 괴롭힌 방이 있어. 일견 왕이 쓰던 방 같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 이를테면 배수시설. 비슷한 시설은 있었지만, 도중에 끊겨 있어서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었거든. 그리고 방을 만든 재료. 가공하기는 쉬웠지만, 그만큼 마모되기 쉬운 재질의 돌을 계단을 만드는 데 사용했어. 게다가 그 계단에 사람이 지나다니며 생기는 마모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대체 이 방은 무엇일까. 모두 의아해했지.”
“뭐였어?”
“학자들이 머리를 짜낸 결과, 드디어 하나의 답에 도달했어. 정답은 무덤이야.”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낡은 집을 철거한다는 소식은, 철거 예정일 한 달 전에 과거 내 아버지였던 인물에게서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