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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91130668383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5-07-30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1
2
3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2123년 10월 1일, 이곳은 규슈 지방의 산속, 이제는 아무도 없는 곳. 지금부터 내가 이야기하는 건 우리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쓰고 있지만. 101년 전에 아빠가 나에게 가족사를 써달라고 한 건, 앞으로 가족들은 하나둘 나이를 먹고 죽어가겠지만 ‘융합수술’을 받아서 오래 살 수 있는 나는 할 일이 없어서 한가할 테니, 가족들이 죽을 때마다 매번 조금씩 써보면 시간도 금방금방 잘 가고 좋을 거라는 이유에서인데, 나는 쓰는 것보다 말하는 걸 훨씬 좋아하는 데다 최근까지는 신이 같이 있어주기도 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신에게 쭉 말하는 것이 즐거웠으니까 가족사를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도 얼마 전에 죽어서,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보니 심심한데 어쩌지 하고 난감해하고 있을 때 가족사가 떠올랐습니다.
애초에 내가 융합수술을 받게 된 것은 죽고 싶었기 때문으로 원래 받으려던 건 융합수술이 아니라 ‘자살 조치’였습니다. (...) 약물은 가끔 잘 듣지 않아서 오히려 더 고통받는 사람도 있었지만, 전용 기계는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의 산소 농도가 급격히 낮아져서 잠들듯 고통 없이 확실하게 죽을 수 있다고 해서, 나도 꼭 이 기계로 죽고 싶다고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 하지만 내가 죽고 싶다는 말 한마디 했다고, 그토록 상처 입은 표정으로 난동을 피우는 어른의 모습을 보는 일은 꽤 무서웠어요, 그때의 아빠는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내가 살면서 고통받는 걸 누구보다 가까이서 봐왔으니까 알고 있었을 텐데, 아빠는 처음 알았다는 듯 으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부엌으로 달려갔다가 눈물과 콧물을 질질 흘리며 나에게 칼을 들이댔어요.
정 죽겠다면 내 손으로 널 죽이고 아빠도 죽겠다.
그렇구나, 이렇게 고통받으며 살아 있는 건 무엇을 위해서냐면 언젠가 아이를 낳기 위해서,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위해 나는 살아가는 것이고, 인간도 동물이니까 이 모든 건 분명 당연한 일이고, 대부분 여자는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아이를 갖고 싶어지니까 마쓰모토 씨는 그렇게, 언젠가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마치 나에게 그럴 의지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나는 원래부터 인간이 아니었던 거네.
융합수술을 받고 좋았던 점 제2위!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