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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꽃집

국경꽃집

김중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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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꽃집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국경꽃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2752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07-04-20

책 소개

2002년 등단하여 시동인 '불편'의 일원으로 활동해온 김중일 시인이 첫 시집을 펴냈다. 가공의 시공간, 환상성이 두드러지는 모티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우주가 모래시계로 되어 있다거나 천변만화하는 새의 존재, 공룡의 출몰 등은 그 자체로 상상력의 소산이면서 시인의 적극적인 현실독법을 이끌어내는 매개들이다.

목차

제1부 울적한 K군
공룡
구름이 구워지는 상점
시간의 동력
해바라기 전쟁

슬픈 모자를 쓰고 잠들다
마술사와 모자
두 겹의 저녁으로 보는 테라스
담장 속으로
창문 한 접시가 놓인 식탁
15층의 Y
창문들의 소용돌이
인간의 직립과 인사의 기원
위험한 거리

제2부 국경꽃집의 일일
두근거리는 신전
외등
가문비냉장고
4월의 전쟁
곰을 찾아서
저녁 산책
(공룡)
,박쥐,
하루라는 이름
엽사
나는 국경꽃집이 되었다
국경꽃집의 일일
저무는 가마솥

제3부 기적의 혈맹단원들
전국적으로 비
원나잇
라이스 테라스
깨지지 않는 어항
밤을 걷다
붉은 집
불귀
밤구름방직공장
저녁의 청동기
대청소의 날
사거리가 보이는 창문, Heat Roller
성 사거리 도서관
기적의 혈맹단원들

제4부 태양건설(주)
태양건설(주)
태양극단 물개공(公)
봄밤
모래시계
램프의 동쪽
수양버들 속의 집 한 채
밤의 강철프레임
공주는 잠 못 이루고

Sweet lime village
Space-ball
Sorrow shadow

해설 / 강계숙
시인의 말

저자소개

김중일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77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내가 살아갈 사람』 『가슴에서 사슴까지』 『유령시인』 『만약 우리의 시 속에 아침이 오지 않는다면』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김구용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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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두 겹의 저녁으로 보는 테라스

나는 그날 저녁
너의 저녁을 훔쳤지
너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중략)

여ㅡ이렇게 멀찌감치 보니. 그래도 아직. 너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버젓이 아름답구나! 그 순간에도 우리가 앉은 둥근 테이블은 더욱 광활해지고. 황량해지고. 기억 속을 떠돌던 유목민들은 파오를 치고. 붉은 모래바람이 자꾸 눈 속으로... 들어가도 저녁의 허공 속에서 투명해진 나는 아무렇지도 않고. 그녀는 사막을 횡단하고 있는 낙타.처럼 붉은 잇몸을 다 드러내며 헉헉. 그래서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도무지 원. 우리는 정말. 이토록 뜨거운 사막에서. 무식하게 얼어죽을. 사랑을 하긴 했을까? 이미 투명해진 나의 몸통은 붉은 저녁 속으로. 다 빨려들어가고. 테이블 위에 끝없이 펼쳐진 붉은 사막을 불타는 네 발로 타박타박 걷고 있는 너. 오 너의 정체! 정말 예쁘구나. 보기 좋아. 보기 좋구나! 사라진 내 성대에서 모래바람과 뒤섞여 쉭쉭거리며 빠져나온 목소리. 너를 향한 마지막 속삭임을 내뱉은 내 입술도 저녁 속으로 완전히. 다 빨려들어가고.
처음 침대에서 나를 유혹했던 밤처럼. 네 발로 선 너. 온몸은 보드라운 붉은 털로 뒤덮여 있고. 이제 지구만큼 넓어진 우리의 둥근 테이블은 자전하듯 빙글빙글. 어지럽게 어지럽게. 그 위를 비틀거리며 끝없이 걷는. 너의 등 위로 어느새 불룩하게 솟아난. 두 개의 혹. 나는 그 위로 헐덕거리며 올라탄다. 이제 완전히. 투명해진. 허공이 된. 몸뚱어리로.

네 등에 솟은 두 개의 깊은 혹 사이, 해와 달 사이
그 사이에 긴 엉덩이는 도무지 빠지지 않고, 욱신거린다
너와 내가 아주 오랜만에 마주앉은 저녁
자전하는 거대한 테이블
그 위에서 너나 나나 어지간히도 지독해지는
두 겹의 저녁, 그렇군 여긴
우리의 궁지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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