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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책이 선생이다](/img_thumb2/9791186846483.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책읽기
· ISBN : 9791186846483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9-03-15
책 소개
목차
기획자의 말: 책은 어쩌다 내 선생이 되었나 _ 임유진
내 선생이 된 소설 _ 김보영
(헤르만 헤세, 『데미안』)
나만의 속도 _ 황시운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달팽이 안단테』)
숨어 있기 좋은 책 _ 한지혜
(이주홍, 『못나도 울 엄마』)
최대한 오래, 깊게 _ 홍희정
(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
사랑하는 나의 책 나의 사람 _ 김중일
(『표준국어사전』)
얼음 행성으로 돌아가다 _ 듀나
(어슐러 르 귄, 『어둠의 왼손』)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책의 모든 문장이 나를 위해 쓰인 것만 같았다. 사소한 일로 시작된 벼락 같은 세상으로부터의 격리, 고립감, 호소할 곳조차 없는 고통, 스승과의 결별과 신앙에 대한 회의, 죄 없이 겪는 끔찍한 죄책감까지.
헤세는 책 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는 체험이 없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내 생애를 통해 이때처럼 심각하게 체험하고 괴로워한 적이 없다.” 그건 내 마음에 쏟아져 내리던 빨갱이와 비겁자와 불효자와 배교자라는 비난의 폭격 속에서 처음 접한 어른의 위로였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만약 내가 지금 죽지 않고 산다면 어른이 되어 단지 그 말만을 하자고. 오직 그 말을 하기 위해 하루를 더 살아 보자고.
나만 빼놓고 저만치 앞서 달리는 세상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점점 더 세상과 담을 쌓으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그러니까, 문제의 시작은 세상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일리가 달팽이를 보며 자신만의 속도가 중요함을 깨달았듯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집착하는 대신 나만의 속도를 찾는 데 몰두했어야 했다. 『달팽이 안단테』를 아주 느리게 읽는 동안, 나는 2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난독의 시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베일리가 달팽이에게서 느꼈던 연대감을 내가 그에게서 느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만 빼놓고 저만치 앞서 달리는 세상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점점 더 세상과 담을 쌓으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그러니까, 문제의 시작은 세상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일리가 달팽이를 보며 자신만의 속도가 중요함을 깨달았듯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집착하는 대신 나만의 속도를 찾는 데 몰두했어야 했다. 『달팽이 안단테』를 아주 느리게 읽는 동안, 나는 2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난독의 시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베일리가 달팽이에게서 느꼈던 연대감을 내가 그에게서 느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