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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2851
· 쪽수 : 142쪽
· 출판일 : 2008-03-20
책 소개
목차
제1부 너무 수북한
너무 수북한
가을비
거기에 가면 들을 수 있을까
놀
고아
기적
세워진 사람
모래밭에서
보름달―전화
고양이를 돌아보다
쥐가 있는 뒤통수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나
제2부 거인이 왔으면
눈물 머금은 신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거인이 왔으면
밥 한끼 먹으러 가는 스님
좋은 손, 남자들의
'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줍지 못한 실크스카프―뱀
손거스러미의 시간
일주일 안에 죽지 않는다면
핸드폰, 아, 핸드폰―고요
어디서 슬쩍 들었는데...
멸치와 며루치
고추장을 이제 뜨지 못하고―튜브 시대 1
태양초 고추장 볼펜―튜브 시대 2
불안한 사슴 사진
제3부 바위
바위―숨은벽
바위―엄마
바위―외할머니
바위―오규원 선생님
바위―눈물
바위―돌대가리들
바위―신녀(神女)
바위―눕는 일
허 태 수 네 집
옛날 보리밥집
국제연등선원
나의 눈
제4부 윤희 언니
오소리한테 물어봐
춤
서랍
정돈된 집에서는
자매는 어떻게 모녀가 되나
어떤 인사
털을 깨거나 알을 깨거나
윤희 언니
해설 / 신형철
시인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일주일 안에 죽지 않는다면
외출했던 옷 그대로 식탁에 앉아 자괴한다
모든 남의 것이라는 게 이렇게 마땅치 않구나
나이 오십도 남의 것 같고
마이스터 에카르트 영성 청강도 남의 학교의 남의 것
아침 9시 강의에 맞춰 용을 써 채비해 나갔건만
왜 굳이 계단을 한 층 더 올라 딴 강의실에 가 넋을 놓고 앉아 있었을까
놀라 뛰쳐나가 아래층으로 내달렸지만
중세영성신학의 문은 굳게 닫히고
들어갈 용기 안 나 집으로 허무히 돌아왔다
우우, 난 치매야
중세영성신학이 뭣이 어떻다고?
밝다고? 어둡다고?
다시 찾아 촛불 돋우고 싶었던
젊은 날 내 '영혼의 어둔 밤'
어두웠으나 밝았던 내 중세의 깊고 푸른 옥탑
결국 지나간 남의 것 아니런가?
전화벨이 틀어지게도 울어 신경질적으로 받으니
작고 낮고 조심스러운 동창생 목소리
나 지금 우울하거든, 끊자고 말하려는데, 얼라리
오늘 아침 일을 줄줄이 사설을 붙여 대환란이라도 당한 듯 쏟아내는 거였다
전화통 저쪽이 쥐죽은 듯해 말을 좀 쉬자 동창생년이 읊는다
너 일주일 안에 안 죽으면 다음주에 그 강의 들으러 다시 갈 수 있어
죽는다는 말에 풀이 확 죽었는지
다음주가 있다는 말에 영혼의 어둔 밤 눈꺼풀이 확 들렸는지
그만 내 목소리 수굿해지며
그렇구나, 맞다. 그 사실을 깜빡 잊어먹고 있었네
밝은 알전구 같은 대답을 하는 거였다
일주일 안에 죽지 않는다면 다음주가 있다고
뭐든지 이렇게 바르게 생각해낼 줄 알아야 한다고
끊어버리려던 동창생년의 전화 한 통화가
오늘 놓친 중세영성신학보다 못하지 않게
내 귓구멍을 뜻밖에 제대로 움직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