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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4565
· 쪽수 : 124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누군가 있는 것 같다
오래된 일
밤길
뿔
유월의 이승
도반(道伴)
논물
누이 생각
오빠 생각
시 아저씨
배후에 대하여
나를 위한 변명
끝과 시작
제2부
북천에 두고 온 가을
심심하니까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물치
7번 국도
동해북부선
아름다운 풍속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복날 생각 혹은 다리 밑
그리운 강낭콩
망연(茫然)
겨울 아야진
저녁 월리
다저녁때 내리는 눈
제3부
쓸데없는 하루
마스크와 보낸 한 철
역병이 도는 여름
하늘
귀를 위한 노래
부적의 노래
오늘 하루
마당의 풀을 뽑다
노변잡담
반지의 전설
동갑(同甲)의 노래
늙은 처사의 노래
신과 싸울 수는 없잖아
……라고 한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저녁 여섯시
할리우드 영화광
공장
천장지구(天長地久)
제4부
우환에게
개싸움
한동안 우울했네
아프리카 형수
수건에 대하여
노지백우(露地白牛)
무제시초(無題詩抄)
중생에 대하여
어느 청소 노동자에 대한 생각
국수 법문
미황사 생각
서천(西天)
별 이야기
누비옷을 입은 시인
꿈의 해석
발문|정철훈
시인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주 오래전 일이다.
세상에 온 지 얼마 안 돼 숨을 놓은 조카를
형님이 안고 나는 삽을 들고 따라갔다.
아직 이름도 얻지 못한 그애를 새벽 솔밭에 묻고
여우들이 못 덤비게 돌멩이를 얹어놓고 온 적이 있었다.
내가 사람으로 살며 한 일 중
가장 안 잊히는 일이다.
―「오래된 일」 전문
우리 동네 문구점 주인은 나를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속수무책이다.
가내수공업인 시 공방(詩工房)의 주인으로 치자면
나도 사업주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장은 아니다.
동네 문구점 주인이여
나를 아저씨라고 불러다오.
어려서부터 말 따라 노래 따라
해 지고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을
사장은 무슨 사장,
아저씨라고 불러다오.
바람처럼 낙타처럼
마을과 장터를 떠돌았으나
아직 동네에서조차 이름을 얻지 못한 나를
그냥 아저씨라 불러다오.
시 아저씨라고 불러다오.
―「시 아저씨」 전문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선덕여왕 시절쯤부터 중천을 떠돌던 내가
어느날 발 크고 소리 잘하던 정선 사람
내 어머니 자궁에 전광석화처럼 뛰어들어
늙은 시인이 될 줄은 몰랐어
그래도 그게 어디냐
벌레도 아니고 마소도 아니고
그것도 노래하는 사람이라니,
(…)
오, 생 하나가 고작 이런 것뿐이라니,
그렇다고 그런 나를 어떻게 피해 가겠어
미시령 동쪽 바닷가에 이층 방 한칸 세 놓고
늙어가는 아내와 티브이 드라마를 볼 줄은 몰랐어
나도 내가 여기까지 올 줄 몰랐어
그래도 실없는 나의 노래가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줄 어떻게 알았겠어
―「끝과 시작」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