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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4572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1-04-30
책 소개
목차
제1부
꿈틀거리다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
단무지는 단무지 사바나는 사바나 단무지는 사바나
2월에 동백꽃은
엉겅퀴꽃
공항에 가서 보면
같이 죽자는 말
맨드라미의 심연
옷걸이가 보이는 풍경
팽이의 초상
밤의 물방울 극장
오월 모나리자의 미소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사랑의 전당
진혼의 다리를 건너는 봄에 빨간 사과의 이름을 부르다
작은 영생의 노래
8일의 기적
눈을 깜박이는 사람
시인의 거짓말
분만에 대하여
제2부
모란의 시간
꽃이 친척이다
지상의 짧은 시
피로 물든 방의 론도 카프리치오소
나이아가라폭포
백조의 호수 옆에서
미역국이 있는 집
토마토 씨앗을 심고서
한여름의 이장
백합 자살
꽃무릇 한채
파란 하늘 두부 두모
이방인의 낙타
헤어롤을 머리에 붙인 밤의 얼굴
나를 부수는 나에게
이건 내 파야
북치는 소녀
감자꽃이 싹트는 것
바람 든 무
사랑받는 진통제
제3부
매미
절벽의 포스트잇
이슬의 전쟁
섬초
토란탕
작별의 포스트잇
동네북
메아리가 메아리를 부르는 방
이름의 포스트잇
카이로의 포스트잇
백합꽃과 포스트잇
일출 명소를 부르다
‘알로라’라는 말
앵두
베네치아처럼
페르난도 보테로의 「낮잠」을 보고 나오는 사람
용서라는 말
못 박힌 사람
‘콩나물을 길러라’ 포스트잇
‘연탄불 꺼트리지 마라’ 포스트잇
제4부
미역의 전쟁
동행
육쪽마늘
훈민정음 언해본이 열릴 때
아버지를 가진 사람
어머니
그 여자의 랩
그녀에 대하여
탄생의 시
신디 셔먼의 여자들
세상의 걱정 인형
치매 할머니의 시
인류의 명작, 어머니
라벤더밭 키우는 여자
빨간 자두의 결혼식
빨래 개키는 여자
비누 만드는 여자
해설|정과리
시인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친절한 사람
꼭 나를 속이는 것만 같아
친절한 사람은 피하고만 싶다
진실한 사람
내가 들킬 것만 같아
진실한 사람 앞에선 늘 불안하다
나는 친절하지도 진실하지도 못하다
속에 무엇이 있는지 본심을 모르는 사람은 무섭고
진심으로 오는 사람은 진실의 무게만큼 무겁다
변심을 하는 사람은 위험하고 변심이 너무 없는 사람도
박제…… 아니다, 아니다, 다 아니다
차라리 빨리 나는 단무지나 베이컨이 되고 싶다
진심은 복잡하고 입체적인데
진심을 감당하기엔 내내 모가지가 꺾이는 아픔이 있다
내장과 자궁을 발라내고
단무지나 베이컨은 온몸이 조용한 진심이라고 한다면
진심은 한낱 고결한 사치다
말하자면 본심의 배신이자 돼지머리처럼 눌러놓은 꽃이다
(…)
무엇을 바라는가
내일이 없는 지 오래되었는데
무엇을 바라는가
진심이 바래 섬망의 하얀 전류가 냉장고 속에 가득 차 있는데
무엇을 바라는가
단무지와 베이컨 이후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무엇을 무엇을 무엇을 더 바라는가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 부분
괜찮아
꿈이 있으니까 꿈틀꿈틀하는 거야
꿈꾸는 것은 아픈 것
토마토 어금니를 꽉 깨물고
꿈틀꿈틀
바닥을 네발로 기어가는 인간의 마지막 마음
―「꿈틀거리다」 부분
밭 귀퉁이에 뿌리를 둔 토마토 줄기가
거기서부터 시작하여 줄기줄기 땅을 기어가고 있었고
토실토실한 토마토들이 주렁주렁
땀을 흘리며 빨갛게 익어가는 중이었다
아깝게도 땅에 닿은 토마토의 뺨은 욕창이 나서 썩고 있었다
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부르고 싶었으나
그가 오려면 앰뷸런스가 와야 하기 때문에
혼자 토마토의 넘실거리는 화려한 생애를 보고 있었다
토마토는 물결, 무리 지어 흔들리는 하나의 붉은 물결
퇴원을 해서 이리 와야지, 토마토밭으로 입원해야지
토마토 어금니를 꽉 물고서
우리 함께……
―「토마토 씨앗을 심고서」 부분
어떻게 보면 진주와 산호를 키우는 세상
모래밭에 일그러진 진주도 섞여 있는
세상, 세계
내가 그런 것들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다 알 수도 없지만
뭐라고 불러야 할까
우리에게 주어진 이 세상, 이 세계
하루 종일 땀 흘리고 수고하고
뺨도 때리고 뺨도 맞고
저녁에 해 떨어지는 시간에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지금, 여기는, 지상이라고
―「지상의 짧은 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