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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요즘도 아침에 뜨겠죠

해는 요즘도 아침에 뜨겠죠

박승민 (지은이)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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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요즘도 아침에 뜨겠죠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해는 요즘도 아침에 뜨겠죠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5081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4-08-20

책 소개

등단 이후 한결같은 시심(詩心)을 견지하며 슬픔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강직한 시세계를 다져온 박승민 시인의 네번째 시집 『해는 요즘도 아침에 뜨겠죠』가 창비시선 508번으로 출간되었다.

목차

제1부
고무나무가 자라는 여름
하여간, 어디에선가

헛됨이 오만년이라면
상자에 던져진 눈
분노 뒤에 오는 것
밀양 과수원 길
마호가니 연립주택
어항
광장의 뱃노래
나의 게토는
두 손
아우슈비츠
이동하는, 끝없는
부활하는 접시

제2부
수박밭
매장
약줄
응시
적도 부근
새로운 신(神)
만이천오백칠십팔일
그늘을 깨밭에 가두고
너의 시대
항복연립
주술사
고산식물 인간
가까워질수록 까마득한
미래 농업
지나가버린 사람

제3부
자꾸 자라나는 이야기
담배꽃
순수한 인간
아주 긴 나팔꽃처럼
코로나 검사소
연(蓮) 봉오리
숲의 전구
지브롤터해협
소멸의 집
등꽃
눈과 눈들
꽃의 시작
사과 꼭지는 멈춘다
금강소나무
낙타
옥수수와 피라미드

제4부
다시, 붉은
젖은 가을에 이른 추위가 오니
틀니
멈추다
산소통
구절, 초가 하루에도 몇번씩
올리브나무 그늘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한국문학의 야생
빛나는 졸업식
낙원
입춘
전범(戰犯)
두 바퀴만으로


해설|정지창
시인의 말

책속에서

안녕,
지구인의 모습으로는 다들 마지막이야
죽은 사람들은 녹거나 흐르거나 새털구름으로 떠오르겠지
그렇다고 이 우주를 영영 떠나는 건 아니야
생각,이라는 것도 아주 없어지진 않아
무언가의 일부가 되는 건 확실해
보이지 않는 조각들이 모여 ‘내’가 되었듯
다음에는 버섯 지붕 밑의 붉은 기둥이 될 수도 있어
죽는다는 건 다른 것들과 합쳐지는 거야
새로운 형태가 되는 거야
꼭 ‘인간’만 되라는 법이 어디에 있니?
그러고 보니 안녕, 하는 작별은 첫 만남의 인사였네
우리는 ‘그 무엇’과 왈칵 붙어버릴 테니깐
난 우주의 초록빛 파장으로 번지는 게 다음 행선지야
―「하여간, 어디에선가」 전문


콘크리트 더미에서 나온 작은 손이 거칠거칠한 큰 손을 잡고 있다

이미 죽어버린 손이 그 손을 놓으면 아빠도 따라 죽어버릴까봐 못 놓고 있다

손을 놓는 순간 죽은 딸이 진짜 죽어버릴까봐 한순간도 딴 곳을 못 본다

(…)

눈은 텅 비어서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았다

식어가는 큰 손이 식어버린 작은 손을 더는 식지 않게 덮고 있다

식어버린 작은 손이 식어가는 큰 손을 더는 식지 않게 꼭 덮고 있다

두 손은 떼어낼 수 없어서 무너진 시간 속에 멈춰 있다
―「두 손」 부분


죽음과 안 죽음 사이, 죽음과 안 죽어짐 사이, 죽음을 죽은 채로도 보고 산 채로도 보는 사이 만이천오백칠십팔일, 추방과 방치 사이, 노동과 반노동 사이, 구조조정과 노동 해체 사이, 정권 교체와 촛불 사이, 정부는 없고 자본만 남는 사이, 자본 밑으로 노조가 기어간 사이 만이천오백칠십팔일, 인간 불가능과 인간 가능 사이 만이천오백칠십팔일, 위장을 들어내고 위 속에, 밥그릇 속에 네명의 죽음을 꿰매버린 오, 전무후무한 세계노동사여, 자본의 강철 같은 맨얼굴이여, 인간 자본이여, 자본 인간이 밀어낸 인간 추방사여
―「만이천오백칠십팔일」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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