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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37992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9-08-25
책 소개
목차
행사작가 / 순수한 사람 / 오후 다섯시의 흰 달 / 은주의 영화 / 염소 가족 / 설운 사나이 / 어머니가 병원에 간 동안 / 읍내의 개 / 작가의 말 / 수록작품 발표지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저런 길모퉁이에서 파란 제복을 입고 호각을 불고 있었는데, 단발머리 나풀거리며 길을 건너오던 너희 엄마가 내 옆을 지나가더라. 예뻐서 호각 소리를 더 크게 냈다. 너희 엄마가 한번 더 돌아볼까봐, 가슴을 졸였지. 정말로 돌아보더라. 숨이 멎을 뻔했지. 거의 영화였다, 영화였어.
아버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서 거의 영화였다, 영화였어, 했던 순간이 내 영화의 시작이었다.(「은주의 영화」)
오랫동안, 철규는 카메라 밖을 뚫을 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 침묵이 너무 단단해서, 뭐라고 말을 붙여볼 수조차 없는 그런 침묵이었다. 오랜 침묵의 뒤에 소년 철규는 카메라 저편으로 사라졌다. 내 영화가 소년 철규의 그 오랜 침묵의 끝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한 채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은주의 영화」)
이런저런 생각들이 간단없이 밀려왔다가 밀려갔다. 이 애가 잘 살고 있는지,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제 남편하고도 상관없는, 그러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말하지 않는 깊은 곳, 제 몸속 어딘가, 저만이 알고 있는 우물 같은 장소에 웅크린 딱딱한 것, 그것을 굳이 슬픔이라거나 그늘이라고 하면 좀 민망해질 수도 있을, 그런 것이 딸에게도 있을 것이다, 왜 없겠는가, 사람의 자식인데……(「염소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