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36439453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 제2부 / 제3부 / 제4부 / 제5부 /제6부 / 제7부 / 제8부 / 제9부 / 제10부 / 제11부 /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토미가 말한다. 그런 것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으니 세상이 점점 사라지고 어쩌면 자신도 사라지는 것 같다고. 무당벌레도 사라졌고 딱정벌레 청파리도 사라졌고 한번도 보지 못한 집게벌레도 사라졌고 그들이 어렸을 때 그 번쩍거리는 금속 같은 껍데기를 모았던 아름답고 밝은 색의 풍뎅이도 사라졌고 날아다니는 개미떼도 사라졌고 (...) 넓은 해초 숲도 사라졌고 전복도 사라졌고 왕새우도 사라졌어! 사라졌어! 사라졌어!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그는 자기 몸 안에서 자라나는 질병만큼 고통으로 느꼈다. 점점 자라나서 점점 사라지는 가슴과 몸의 답답함과 가쁜 호흡,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애나는 족히 일분 동안 손을 열심히 살펴보았다. 이상한 환상이나 망상이 아니었다. 정말로 약지가 없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엄지와 나머지 세 손가락을 꿈틀꿈틀 움직였다. 손가락이 할 일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픈 곳도 없었다. 당장 어디가 아프거나 상실감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뭔가가 사라졌을 뿐이었다.
애나는 항상 어머니를 만나러 오기가 싫었다.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에 화가 났다. 하지만 일단 여기에 와서 어머니 옆에 앉아 있으니 왠지 엄청난 안도감이 들었다. 뭔가를 삼킬 때처럼 움직이는 목, 늙은 피부,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 느슨해진 입, 건조하게 갈라져서 가늘게 떨리는 입술을 계속 지켜볼 생각이었다.
사는 것에 때로는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