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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이 몸은 고양이야 2](/img_thumb2/9788936474010.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36474010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7-09-10
책 소개
목차
작품해설 / 나쯔메 소오세끼와 그의 첫 소설 『이 몸은 고양이야』
작가연보
책속에서
“이 몸은 고양이야. 이름은 뭐, 아직 없고.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통 모르겠어. 어쨌든 어두컴컴하고 질척한 곳에서 야옹야옹 울고 있었던 것만은 기억이 나. 이 몸은 거기서 처음으로 인간이란 걸 봤지.”
“인간의 심리만큼 이해 못할 것도 없어. 지금 주인의 심경이 화를 내는 건지 들떠 있는 건지, 혹은 철학자의 유서에서 한줄기 위안을 찾고 있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거든. 세상을 냉소하는 건지 세상 속에 섞이고 싶은 건지, 하찮은 일에 짜증을 부리는 건지 만사에 초연한 건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니까. 고양이는 그런 점은 단순하거든.”
“이 몸은 점잖게 세 사람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어. 인간이라는 건 시간을 죽이느라 억지로 입 운동을 해가며 우습지도 않은데 웃기나 하고 재미 하나 없는 것을 좋아하는 것 말고는 다른 재주가 없구나 싶더라고.”
“요컨대 주인이나 칸게쯔나 메이떼이나 모두 태평일민, 자기들은 수세미처럼 바람 불면 부는 대로 초연하게 산다는 듯이 시치미 떼고들 있지만 기실 그들도 속된 구석도 있고 욕심도 있지. 경쟁심, 남을 이기려는 마음은 그들이 평소 하는 말 속에서도 불쑥불쑥 드러나고, 여차하면 그들이 항상 핏대 올려 비판하는 속물들과 한통속이라는 건 고양이 입장에서 보자면 안쓰럽기 짝이 없어.”
“그 이유를 따져보면 아무것도 아냐. 그냥 서양인이 입으니까 입는다는 것뿐이야. 서양인은 강하니까 억지스럽든 바보 같든 흉내 내야 직성이 풀리는 거지. 긴 것에는 감겨라, 강한 것에는 굽혀라, 무거운 것에는 눌려라, 그렇게 당하기만 하는 건 좀 한심하잖아? 한심해도 할 수 없다면 그냥 넘어갈 테니 일본인을 너무 잘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줘. 학문이라고 해봤자 마찬가지지만 이건 의복과는 관계없으니 이하 생략.”
“천지산천도 일월성신도 모두 자기의 다른 이름에 불과할 뿐. 자기를 제쳐놓고 달리 연구할 만한 것이 세상천지 어디 있겠어? 만약 인간이 자기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다면 뛰쳐나가는 순간 자기는 없어져버리잖아. 더구나 자기 연구는 자기 말고는 아무도 해줄 자가 없지. 아무리 해주고 싶어도, 해줬으면 싶어도 불가능한 이야기.”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니 거의가 동족인 듯하군. 정말 마음 든든해. 어쩌면 이 사회가 모조리 미치광이들의 집합체일지도 몰라. 미치광이들이 모여서 격렬하게 싸우면서 서로 멱살을 잡고 욕지거리를 하고 서로 빼앗는, 그 전체가 하나의 세포처럼 무너졌다가 융성했다가, 융성했다가 무너지면서 살아가는 걸 사회라고 하는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