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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문학
· ISBN : 9788936509194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12-05-03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당신은 죽지 않아요.’ 뱀이 혀를 찼다. 그런 소리를 내다니 이상했다. ‘하나님은 당신이 그것을 먹는 날에는 눈이 열릴 줄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뿐이에요.’
나는 망설였다. 그 자리에서 보니 강물이 더욱 활기차 보였다. 아니, 모든 것이 더 생기 넘치고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내 눈은 지금도 열려 있어.”
‘선과 악을 아는 신의 눈은 아니지요.’
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당신이 그것을 먹는 날에 눈이 열릴 거예요. 하나님은 그것을 아주 잘 아세요.’
(중략)
뱀이 관목 안에서 사라지더니 나무 몸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밝은 색 발톱으로 부드러운 나무껍질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낮게 드리워진 가지 위로 뛰어올라 거기 달린 열매에 주저 없이 이빨을 박아 넣었다. 열매의 상처에서 진홍색 액체가 배어나오며 향기가 퍼졌다. 석류나 자두보다도 더 사람을 사로잡는 향기였다.
며칠 후, 언제나처럼 카인과 헤벨에게 점심 식사를 가져다주었다. 카인과 둘만 있게 되었을 때 내가 말했다. “네 아버지는 네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고 보신다. 아버지 말씀이 옳아. 하지만 내 품에는 늘 네 자리가 있다. 누구도 어미와 자식 사이를 가로막을 수 없어.” 동물들 중에서는 새끼를 낳은 후 짝을 피하는 암컷들이 있었다. 수컷들이 제 짝이 낳은 새끼를 죽인다는 증거도 발견했다. 암컷이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것을 막아 발정기에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사실을 발견한 후 나는 몸서리치고 분노했었다. 연관성은 없지만, 카인이 자칼을 죽인 날 밤 아담이 보인 반응은 그런 수컷들의 행동을 연상케 했다. 안 그래도 우리는 충분히 동물처럼 되어 버렸는데 이 부분에서도 그렇게 되는 걸까?
“알아요, 어머니.” 카인은 그렇게 말하고 내게 몸을 기댄 뒤 젊은 팔로 내 허리를 안았다. 나는 그 카인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아들의 착한 마음씨가 고마웠고 그 부드러움이 한 해만 더 지속되기를 바랐다.
“당신은 우리가 변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아요. 우리 삶은 너무나 달라졌어요. 난 절반도, 아니 십분의 일도 모르겠어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생각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마침내 내 좌절감의 근원이 드러났다.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고 과거와 우리에게 닥친 곤경과 벌어진 모든 일의 의미를 생각하는 나, 그분의 말씀이 미래를 점치는 옷감의 고운 무늬라도 되는 듯 그 말씀을 놓고 궁리하는 내가 그 모든 일을 혼자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의미를 찾는 일의 부담을 왜 늘 나 혼자 져야 한단 말인가? 이 땅에 생각하는 인간이 나 혼자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