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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국방/군사학 > 국내외 군사사정
· ISBN : 9788936811044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7-07-20
책 소개
목차
제1장 아프가니스탄, 지리와 민족과 역사
지리적 특징
민족의 역사
- 파슈툰족
- 타직족
- 하자라족
이민족의 침입
- 알렉산드로스의 공격
- 아프간을 지나친 기마 민족들
- 러시아의 남하
제2장 탈레반과 알카에다
20세기 아프간의 역사
- 아프간 지도자들의 비극적 종말
- 소련의 공격
- 무자헤딘과 탈레반
탈레반
- 태동과 확장
- 탈레반의 조직 성격
- 탈레반의 이념적 배경
- 탈레반 운동의 성격
알카에다
- 글로벌 지하드
- 오사마 빈 라덴
- 알카에다의 태동
- 알카에다 조직과 운영
- 알카에다의 이데올로기적 특징
파키스탄 커넥션
- 파키스탄의 관문, 이슬라마바드
- 파키스탄과 탈레반 관계
- 아프간-파키스탄 경유 무역
- 미국-파키스탄 관계
제3장 아프가니스탄 정치, 군사 동향
2001년 이후 아프간 상황
- 탈레반 세력 축출
- 아프간 재구축
미국의 아프간 정책
- 2009년 상황
- 미군 철수 논의
- 치안권 이양
아프간의 정치적 화해와 재통합 노력
- 정부와 저항 세력의 협상
- 아프간 평화 재통합 프로그램
제4장 재건과 희망
재건 활동의 전초
- 파르완 평원
- 재건 활동 준비
- 파르완 상황
- 재건 활동 착수
- 한국 병원의 인기
- 알렉산드로스와 바그람
차리카 기지
- 차리카 기지 입주
- 공격을 받다
- 잔 아흐마드와의 만남
- 계속되는 공격
재건 활동 경과
- 긴밀한 소통, 계속되는 회의
- 지역 주민과의 만남
- 재건 사업의 성과
- 아프간을 떠나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영국 작가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은 19세기 말 중국 티베트 산중에 불시착한 서양인들이 상춘의 기후와 풍요로운 삶, 무병장수의 선경인 샹그릴라를 설산 가운데서 발견하는 내용이다. 당시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멍든 인류의 가슴속에 평화에 대한 갈망을 지피고,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모험심을 자극하면서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소설은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반란이 일어나 수도 카불에 체류하던 서양인들이 비행기로 막바지 탈출을 시도하던 데서 시작된다.
이처럼 예로부터 아프간이라는 이름에는 분란과 혼돈의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아프간인은 외세에 끊임없이 항거하고 반란과 폭동을 일으키던 다스리기 힘든 민족의 대표적 사례로 인식되어 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민족이든 외세의 지배를 받게 되면 항거하기 마련이나, 아프간인은 기질적으로 반항심이 강하고 훨씬 격렬하고 용맹하게 싸워 세계사에 저항심이 남다른 민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프간이 전쟁에 자주 휘말린 이유는 먼저 지리적 여건을 들 수 있겠다. 아프간 양편에는 강대국 이란과 인도가 위치해 이들이 팽창할 때는 반드시 아프간을 거쳐야 했고, 북쪽으로 연결된 중앙아시아 초지를 통해서는 유목 제국들이 수시로 남하했다. 아프간은 이처럼 삼면에서 끊임없이 유린당했다.
한편 장엄한 힌두쿠시 산맥이 연출하는 아프간의 험준한 지형과 지세는 아프간 내 분쟁을 장기전으로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전사들은 방어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에 가장 유리한 지점에서 공격해 피해를 입히고는 이내 산중으로 도주하는 게릴라 전술을 구사했다. 장기간 인명 피해가 누적되고 힘이 소진된 외적은 결국 철수했다.
아프간 민족의 강인한 상무정신 또한 특별하다. 아프간 땅은 험준한 산악이거나 불모의 사막과 같은 거칠고 메마른 광야다. 주민의 성향도 이러한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아 거칠고 독립심이 매우 강하다. 역사상 수십 년, 수백 년간이나 외세의 통치를 받은 사례가 여러 대륙에 많다. 하지만 아프간인의 끈질긴 저항으로 외세가 아프간을 장기간 지배한 적이 없으며, 짧은 점령 기간도 정복이 아닌 상시적인 전쟁 상태였다. 아프간인 대부분이 싸우는 걸 마다하지 않고 용감한 것은 아무래도 민족적 특징에 속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프간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이슬람에 대한 굳건한 신앙심이야말로 그들의 저항정신을 뒷받침하고 투쟁 의지를 단련시키는 작용을 한다. 아프간은 개인적 정체성보다는 대가족이나 공동체의 이해가 앞서는 전통사회이며, 일상생활에 있어 이슬람 신앙의 장악력이 매우 강하여 인근 이슬람 국가들보다 종교적 열의가 더욱 높은 편이다. 신의 가호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시간에 관계없이 이길 때까지 싸운다는 느긋한 아프간인에 비해, 점령자의 시계는 늘 촉박할 수밖에 없으니 전략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_ <프롤로그>에서
한국 지방재건팀(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 PRT)이 위치한 차리카(Charikar) 기지는 산기슭에 500×600m의 공간을 차지하고 아래편에 펼쳐진 파르완평원을 한눈에 조망하고 있다. 평원은 힌두쿠시산맥 속 1,500m 되는 고원지대이다. 높은 산들이 평원을 거대한 원처럼 둘러싸고 있다. 멀리 전면을 가로막고 선 우람한 산들 너머에는 오른쪽부터 차례로 코히사피군, 카피사주, 판지시르주, 살랑군이 자리 잡고 있다.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산봉에 잔뜩 도사리고 있던 눈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왼편 산악 틈새로 난 외줄기 도로는 힌두쿠시 산중에서 겨울철에 유일하게 북부 지방으로 통행이 가능한 살랑 터널로 이어진다.
전면의 산 뒤로 산, 그 뒤에도 다른 산들이 계속 이어져 파키스탄 국경 너머까지 연결된다. 1980년대에는 파르완주의 무자헤딘 전사들이 산악의 외진 소로(小路)를 이용해 파키스탄 쪽에서 무기와 보급품을 지원받아 소련군과 싸웠고, 2000년대에는 탈레반과 여타 저항 단체 게릴라들이 역시 파키스탄 쪽에서 동일한 루트를 통해 파르완주로 잠행했다. 이 모든 산들은 힌두쿠시산맥의 일부다. 힌두쿠시는 타지키스탄 동부의 파미르고원에서 시작하여 아프간 전역을 남서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가로지르며 국토의 태반을 차지한다.
우리 지방재건팀이 차리카 기지에 입주한 2011년 1월 하순 이후 한동안 맑은 날씨가 계속되다가 2월 벽두부터 흐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에는 낮 동안 내린 가랑비가 밤이 되면서 뇌성과 우박을 동반한 폭우로 변해 밤새도록 몰아쳤다. 아프간에 도착한 이래 가장 격렬한 날씨였던 것 같다. 이렇게 수일간 잔뜩 찌푸린 먹구름 사이로 가랑비가 오가다 폭우가 쏟아졌다. 겨울인 12월과 1월에도 내내 날씨가 맑아 영상 10도를 웃도는 한낮 기온은 흐린 날씨에는 꽤나 춥게 느껴지고, 밤에는 영도(零度) 이하로 떨어진다. 차리카 기지는 산기슭에 있어 늦봄에도 여전히 쌀쌀하고, 사람이 붐비는 평원의 바그람 공군기지보다는 통상 몇 도가 더 낮은 편이다.
파르완평원 동남부에 자리 잡은 바그람 공군기지(Bagram Airfield, BAF) 상공에 먼지가 자욱하게 구름층을 형성하고 있다. 평지라 시야가 거침이 없어 차리카 기지에서 12㎞나 떨어져 있지만 육안으로 쉽게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밤에는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평원 일대에서 유일하게 불빛이 휘황하여 더 잘 식별된다. 돌이켜 보니 차리카 기지로 입주하기 전, 저곳에 설치한 임시기지에서 보낸 7개월이 새삼스럽다.
_ <제4장 재건과 희망> 중 <재건 활동의 전초_파르완평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