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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27909
· 쪽수 : 364쪽
책 소개
목차
모양새 7
작은 개를 껴안듯이 53
귀신 산책 91
어린 이의 희박한 자리 117
지난 이야기 159
양지바른 곳 177
우리 죽은 듯이 225
퍼플 피플 263
어쨋든 이곳은 여름 299
작가의 말 341
작품 해설
두 번째 외로움을 기다리는 마음_최다영(문학평론가) 34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내 안에 새를 하나 키웠다. 모린은 그 새를 보지 못했다. 새가 내 심장을 뚫고 나와 방 안을 돌아다니며 꽥꽥 울어 대고 배설물을 잔뜩 싸 놓는다고 해도 못 볼 것이다. 모린은 자기 안에 있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데 모든 시간을 꼴아박느라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제 속에서 어떤 생물을 키워 낼 수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밤을 모두 써 가면서 함께 자신의 새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모양새」
나는 연못 앞에 있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품고 사는 그런 연못이었다. 연못 주변은 수풀이 우거져 한낮에도 햇살이 잘 들지 않았다. 공기는 미지근했고, 연못을 들여다보기에 적당할 정도로 사위가 고요했다. 나는 거기서 종종 누군가를 생각했다. 주로 애정하는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그 사람은 어째서 그토록 아름다운지, 왜 자꾸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나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인지. 이곳의 풍경은 왜 내가 아니라 그 사람으로 인해 바뀌게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연못을 들여다보면 낯선 얼굴이 수면에 비쳤다. 물풀이 자라나고 물고기 그림자가 많아졌다. 긴장이 풀리면 초대하지 않은 사람이 연못으로 찾아왔다. 어떤 사람은 내 연못에 우유를 붓고 달아나기도 했다. 우유 한 컵으로 오염된 연못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몇십 배의 깨끗한 물을 들이부어야 했다.
-「귀신 산책」
나는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느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두애의 말이 의아했다. 두애는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풍선이니, 갓 만들어진 케이크니 비유를 하며 충만함에 대해 계속 말했다. 나는 아 그거! 이런 거구나 그런 거구나 이제 알 것 같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이건 예를 들어 고양이 같은 것이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의 기분을 알 수 없다. 두애가 하는 말은 마치 고양이가 내게 ‘높은 지붕에서 잠을 자다가 몸을 쭉 편 후에 아래로 한 번에 훅 뛰어내리는 기분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러니까, 전혀 다른 눈높이. 서 있는 곳이 다르거나 보고 있는 것이 다르거나. 나는 두애가 말하는 충만함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어린 이의 희박한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