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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28838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5-04-24
책 소개
목차
낙하물 9
나는 나를 기만한다 14
폐소공포증에 대한 소수 의견 30
핸들 41
내가 가장 예뻤을 때 71
인터뷰이 81
밤을 걷는 기사 105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121
경찰과 변호사와 빈체로 132
모두가 번화가를 찾아서 154
도로는 검은 뱀의 등에서 반짝인다 164
신실한 당신의 이름은 172
네 손을 위한 판타지아 191
그대의 영혼은 선택된 하나의 풍경 200
제7의 봉인 216
나이트메어 앨리 226
내 마지막 내연기관 231
작가의 말 242
작품 해설_양윤의(문학평론가) 244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1년 차 대리운전 기사다.
이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나는 일생 동안 만나 볼 모든 유형의 사람들을 만났고, 평생 가 보지 못할 곳을 찾아다녔으며, 상상만 하던 차들을 운전했다. 신발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듯, 차를 운전해 보면 차주의 성향을 알 수 있다. 과시욕 강한 사람, 검소한 사람, 실용적인 사람, 허세가 심한 사람, 꼼꼼한 사람, 강박증이 있는 사람, 게으른 사람. 차주와 대화하는 일은 드물지만, 대신 자동차가 더 많은 얘기를 해 준다.
―「나는 나를 기만한다」에서
대리기사는 기본적으로 운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동작과 조작만 가능하다. 음악을 바꿀 수 없고,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릴 수 없다. 시선은 언제나 전방을 향해 있지만 또 다른 시선을 느낀다. 뒷자리에 앉아 내 뒤통수를 바라보는, 혹은 대시보드 위 휴대전화를 띄워 놓은 내비게이션을 쳐다보는 차주의 시선을 느낀다. 확인할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건 마치 유령과 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는 유령과 함께 운전하고 있는 것인가.
―「폐소공포증에 대한 소수 의견」에서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된다. 나는 혼자 걷고 있구나. 이 시간에 거리를 걷는 사람은 없다. 걷는 사람을 보면 알게 된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걷는 사람은 걷는 자세부터 다르다. 모습이 다르다. 늦은 밤, 돌아가야 할 곳으로 가는 사람의 자세에는 긴장감이 없다. 편안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풍경을 즐기며 걷는다.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누군가와 함께 걷지 않는다. 언제나 혼자 걷는다. 콜이 뜨기 전에 번화가로 가야 한다. 콜이 떴다면 그 콜을 잡기 위해 그곳으로 가야 한다. 목적지는 수시로 바뀌고 그곳을 향해 최대한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모두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은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이뤄진다.
―「밤을 걷는 기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