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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7436680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8-01-12
책 소개
목차
1부 실을 토하는
물소리의 기억 / 실을 토하는 / 별 따라 헤엄치는 젓뱅어 / 빛을 품은 돌들의 시대 /
별들의 공전과 회전 / 고인돌이 있는 골목 / 저녁의 포옹 / 별들이 자란다 / 남한강 물총새 별들은 바람새 등에 타고 / 다듬는다는 것 / 민달팽이의 고인돌집 /
우주의 빛이 숨은 광교산 자락에서 / 고흥의 선모초 / 광개토의 하늘 /
파동이 잠든 타임캡슐 / 별을 찾는 희미한 대게 / 별처럼 투명해진다 /
허약한 슬픔을 만드는 사람들 / 까마귀의 노래 별에게 들린다 / 고고학적 메모 /
은행을 차분히 턴다 / 비의 질문 / 국가 발전 고민하는 장수하늘소 / 흙을 살리는 동물 / 꿈속에서 애덤 스미스 꿈을 / 입의 운동 / 별의 얼굴
2부 황금의 비
황금의 비 / 앙드레김 쇼윈도 미인들 / 뿔은 별에게 할 말이 있다 /
하트 모양은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 별의 파동 전기뱀장어 옆구리에서 멈춘다 /
축제의 밤 / 목성의 그녀들 / 청개구리의 방독면 쓰기 / 공전하는 마라도 /
구약성서의 뱀 신약성서의 뱀 / 로마의 휴일 / 박카스 신화 /
파동이 잠수하는 빗물펌프장 1 / 태양계 뻐꾸기 / 별무늬 산천어 등에서 꿈틀거린다 /
송암 천문대에서 / 안개의 산 / 풍선을 부는 이유 / 혜성의 O₂ / 인류의 거짓말 시작 /
선생님의 솔잎 거짓말 탐지기 / 고대의 거짓말 탐지기
3부 별을 보고 길을 찾는 쇠똥구리
별처럼 사랑을 배치하고 싶다 / 별을 보고 길을 찾는 뿔쇠똥구리 /
흰빛이 굴절될 때 유체 이탈 시작된다 / 날마다 한강을 건너는 이유 35 /
날마다 한강을 건너는 이유 24 / 날마다 한강을 건너는 이유 28 / 네점가슴무당벌레 /
중년의 밥상 / 어른의 결과 / 우리가 만든 바다 / 심장에서 꺼낸 칼, 고대의 심장 /
양복 입은 뱀 / 자유의 깃발 / 부케를 던지는 이유 2 / 부케를 던지는 이유 /
스티브 잡스 대 빌 게이츠 / 태양계의 궤도 / ‘쉐이크쉑’ 메뉴판 초읽기
4부 고흥, 지붕 없는 미술관
발포에서 / 고흥반도 / 팔영대교에서 / 고흥나로우주센터 / 첨도 날치의 농담 /
해창만 실뱀장어 / 나로도 은갈치 / 고흥 유자 / 고흥의 두 사부 / 고흥의 천도복숭아 /
고흥의 소금 / 아버지의 투망 2 / 아버지의 투망 3 / 아버지의 투망 5 / 아버지의 투망 12
5부 소록도의 두 수녀
소록도의 두 수녀
해설 | 오태호: 태양계 궤도를 도는 중첩의 시간들
저자 약력
추천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채소 가게에서 파를 살 때면 나는 늘 긴장한다.
주인아주머니는 싱싱한 파 한 단의 줄기를
두 손으로 잡아채 두 동강 내어 비닐봉지에 담는다.
그럴 때면 왜 그런지 내 허리가 굽어진 듯하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는 그 흔한 파를 손님이 오실 때만 곱게 뽑는다. 아기 머리를 깎을 때처럼
솔 머리털을 가위질한다. 파는 다듬어진다.
어머니는 언제나 다듬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가락시장에 가서 갈치를 살 때
생선 가게 아주머니는 목포 먹갈치 날개를 칼끝으로 오려 낸다.
인정사정없이 갈치의 은비늘을 벗긴다.
그걸 볼 때면 어머니가 손질하신 갈치가 그리워진다.
고흥에서 갈치가 올라오면 내 얼굴 은빛난다.
새벽 4시 18분 전화할 곳은 어머니가 있는 고흥뿐이다.
어머니가 다듬으신 것 중에는 아마 나도 포함될 것이다.
─「다듬는다는 것」
누가 알까.
저녁은 별들이 안아 준다.
그렇게 저녁은
아무도 모르게 안아 주는 것들의 온기로 따듯하다.
무르익은 입술을 가진 여인을 안아 주는 나무들
싸늘해진 노을을 안아 주는 단풍들
가지와 가지를 안고 핀 꽃들
꽃이 피는 동안 바람을 안아 주는 새들
흐느끼면서 살랑거리는 바람들
흘러가는 법만 익힌 냇물을 안아 주는 조약돌들
거슬러 가야 올라가야 하는 연어를 안아 주는 물들
산다는 것은 포옹이다.
퇴근하고 지친 나와 따뜻한 너의 포옹.
─「저녁의 포옹」
혜화동 포장마차 수족관에 붉은 영덕 대게들이 있다.
밖으로 나가려는 게들은 여기에는 바다가 없다는 걸 모른다.
포장마차의 조명 아래서 길은 잃은 지 오래인데도
게들은 탈출을 포기하지 않는다.
게들에게 바다는 바깥이었을까.
모를 일이다. 전쟁터처럼 황폐한 술상을 살피는
게눈들은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모래뻘에서 올려다보던 별자리를 찾는 걸까.
바깥은 보이는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대게는 두리번거리며 집게발을 들고 있다.
아직 위장 중이다. 숨죽여 기다리는 중이다.
갈 곳이 없다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라는 듯
아직 살아서 살 곳을 찾는다. 그러나 끝내
대게는 경계를 넘지 못한다. 주문이 들어오자
주인은 주저 없이 대게들을 수족관에서 꺼낸다.
발 딛지 못한 바깥을 향해 대게는 다리를 움직인다.
알맞게 익은 대게가 커다란 접시에 담겨
플라스틱 상에 올려진다.
혜화동 포장마차에는 대게 냄새가 식욕을 당기고 있다.
살이 다 익은 대게의 냄새만이
밖으로 뻗어 나가 보지만 거리를 떠나지는 못하고
희미해진다. 희미한 대게의 단단한 껍질은
포장마차 뒤에 버려지고 있다.
─「별을 찾는 희미한 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