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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41271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9-05-27
책 소개
목차
부드러움들 7
이미지들 49
양희은 87
애인과 시인과 경찰 123
해변의 신들 163
밥(Bob) 213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245
봄밤 281
작가의 말 317
해설_빈혈의 미학(박혜진) 32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모래는 따뜻해. 밥이 말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사실이야. 구름과 파도와 조개와 사람들이 걸어간 발자국도 따뜻해. 이 유리병을 좀 만져 봐. 해변의 모든 것이 다 따뜻하다구. 이토록 따뜻한 해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그건 모르겠지만. 다른 밥이 말했다. 모래는 정말 따뜻해.
뜨거운 모래를 밟기 위해 한낮의 해변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 해변엔 언제나 저런 사람들이 있지. 무척 행복하고. 처음의 밥이 말했다.
―「부드러움들」
너무 고요해서 여자가 잠을 깬 새벽이 있었다. 어디선가 틱, 틱 하는 소리가 들렸다. 초침 소리처럼 규칙적이었다. 가만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아버지가 등을 숙이고 앉아 발톱을 깎고 있었다. 발톱을 하나 깎고 매만지고 또 발톱을 하나 깎고 매만졌다. 발톱을 깎는 소리가 어찌나 분명한지 세상 모든 소리가 죽어 버리는 것 같았다. 발톱을 깎고 방바닥에 떨어진 발톱을 쓸어 담은 후에 옷을 입고 집을 나선 아버지는 마을 앞 큰 강에 앉아 담배를 여러 대 피웠다. 비밀을 캐려는 생각으로 따라나섰던 여자는 곧 시시해졌다.
―「양희은」
이건 다섯 사람의 밥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밥과 밥과 밥과 밥의 이야기다. 하지만 먼저 말해 둘 것이 있는데 이야기가 치밀하지는 않다.
다섯 명의 밥 중에서 두 명의 밥을 알고 있는 또 다른 밥에게 나는 이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므로 그가 알고 있는 밥은 그 자신을 포함해 세 명의 밥이 되는 셈이다. 그가 아는 밥이 내가 이야기하려는 다섯 명의 밥과 일치하는지 또 그의 이야기가 얼마나 정확한지 내가 판단할 길은 없다. 다른 사람의 삶을 아무리 잘 알고 있다 해도 거기에는 어떤 빈틈이 있게 마련이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의 삶에 대해서 진술하려 한다면 그 빈틈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밥(B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