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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7445712
· 쪽수 : 192쪽
책 소개
목차
맛 9
르네 13
소유자 15
로라 20
고기 27
조르주 32
생선 44
장 52
채소밭 56
비올레트 66
날것 72
샤브로 81
거울 85
제젠 91
빵 95
로트 104
농가 108
비너스 117
개 120
안나 130
토스트 134
릭 138
위스키 142
로르 154
아이스크림 156
마르케 165
마요네즈 166
폴 175
계시 179
감사의 말 189
책속에서
어제 샤브로가 다녀간 후로 중요한 것은 하나뿐이다. 죽기 전에 마음속에 떠도는 하나의 맛을 기억해 낼 수가 없다. 나는 그 맛이 내 삶 전체의 첫 번째이자 궁극적인 진리라는 것, 그리고 그 후로 내가 말 못 하게 닫아걸어 버린 마음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그것이 내 어린 시절 또는 사춘기 시절의 맛이라는 것을 안다. 미식을 입에 올리고자 하는 내 모든 욕망과 야망에 앞서 존재하는 근본적이고 놀라운 음식이라는 것을 안다. 잊어버린 맛, 내 가장 깊은 곳에 둥지 튼 맛, 내 삶의 황혼에서 말하고 생각해야 하는 단 하나의 진리인 맛. 나는 찾지만 찾지 못한다
마침내 음식에 물리고 약간 노곤해진 우리가 접시를 밀어내고 기대앉기 위해 의자에 있지도 않은 등받이를 찾고 있을 때 급사는 차를 가져와 성스러운 의례에 따라 따르고, 슬쩍 닦은 식탁 위에 코른 드 가젤 한 접시를 내려놓았다. 더 이상 아무도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후식으로 과자가 나오는 시간이 좋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지 않을 때에만, 그리고 이 다디단 맛의 난교가 일차적인 욕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우리 호의의 입속을 감쌀 때에만 우리는 과자의 섬세함을 온전히 맛볼 수 있다.
“어떤 요리사도 우리 할머님들처럼 요리하지 않고 요리한 적도 없습니다. (…) 때로 세련되지 못하고 언제나 ‘가족적인’ 측면을 지닌, 다시 말해 실하고 영양 많고 ‘든든한’ 요리죠. 하지만 그것은 특히 근본적으로 찌는 듯이 관능적이며, 그 관능성 탓에 우리는 ‘살’을 이야기할 때 그것이 입의 쾌락과 사랑의 쾌락을 동시에 환기시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분들
의 요리는 곧 그분들의 농염함이자 매력이고 유혹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분들의 요리에 영감을 주고 그 무엇과도 다르게 만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