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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73098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5-12-07
책 소개
목차
사랑해 젤리피시 7
토요일의 데이트메이트 41
럭키, 혼란 55
원어민 교사 메켄지 89
오리 선생 한아름 127
레이디버그 레이디 143
가로등 아래 김강선 175
전학생 옴 195
온건 교사 박대흥 219
돌풍 속에 우리 둘이 안고 있었지 235
작가의 말 27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 학교에는 아무래도 뭔가가 있다. 출근 첫날부터 느낄 수 있었다. 안은영은 유감스럽게도 평범한 보건교사가 아니었다. 은영의 핸드백 속에는 항상 비비탄 총과, 무지개 색 늘어나는 깔때기형 장난감 칼이 들어 있다. 어째서 멀쩡한 30대 여성이 이런 걸 매일 가지고 다녀야 하나 속이 상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사실은 멀쩡하지 않아서겠지.
“방석 어디서 난 거야?”
지형도 우느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민우가 울면서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켜 보였다. 의미 없는 손짓이었지만 은영은 대충 방석 사냥이 있었구나 짐작했다. 여자아이가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사는 것도 혼란스러운 나이에 죽어서, 미처 그 죽음의 상태에도 익숙해지지 못한 채 엉뚱한 곳에 뜯겨 온 아이였다. 눈앞에서 아이의 옷이 찢어지기도 했고 여기저기 멍이 나타나기도 했고 피를 뱉거나 얼굴에 반점이 생기기도 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울고 있었다. 그 변화들만으로는 왜 죽었는지를 짐작할 수도 없었다. 은영은 그런 죽음을 싫어했다. 때 이르고 폭력적인 죽음 말이다. 그런 죽음을 그만 보려고 직장을 옮긴 것인데 결국 또 보고 말았다. 울음의 동심원 안에 앉아 혼란스러워하는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어 보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번엔 너희가 정말 잘못한 거야. 모르고 한 거였다 해도. 이 아이를 데려와서는 안 되는 거였어. 애초에 방석 훔치기 자체가 꺼림칙하고 시대착오적이기 짝이 없는데 어째서……. 은영은 속상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접은 상태로는 아이스크림콘만 한 은영의 플라스틱 칼이, 살짝 여자애를 그었다.
장마철의 보충수업 기간,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신발장 냄새가 진했다.